성완종 전 회장의 ‘경남기업’ 부실 후폭풍이 금융권에 휘몰아치고 있다. 부실 대출과 무작위 보증 발급으로 연루된 금융기관은 20여곳에 달하며 피해금액만 1조5000억원에 육박한다. KT ENS, 모뉴엘 사태에 이어 사상최대 손실금이 발생할 전망이다. 금융당국과 은행 간 모종의 ‘뒷거래’ 논란까지 일면서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가 도마에 올랐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부실덩어리 경남기업에 지원된 대출+보증(이행보증포함)금액만 1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책은행 수출입은행이 30%가 넘는 5208억원을 지원했고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 1761억원(손실분담확약대출 319억원 포함), 산업은행 611억원, 농협은행 521억원, 수협 455억원, KB국민은행 453억원, 우리은행 356억원, 광주은행 326억원, IBK기업은행 234억원, 대구은행 21억원 등 은행권 지원액수만 1조원을 넘어섰다.
여기에 증권사 및 저축은행까지 지원한 금액을 합산하면 경남기업으로 흘러들어간 자금은 1조5000억원에 달한다. 우리종금(49억원), SBI저축은행(45억원), KT캐피탈(25억원) 등 비은행 3곳 대출은 119억원이었다. 대우증권(190억원), 유안타증권(45억원) 등 증권사 2곳은 235억원을 빌려줬다.
공기관과 보증기금도 경남기업 리스트에 포함됐다. 서울보증보험이 3148억원을 지원했고 신용보증기금 250억원(유동화증권), 무역보험공사가 28억원을 지원했다. 신한은행 등 일부 금융사는 충당금을 쌓아 손실처리했지만 경남기업이 공중분해되면서 회수가 불가능한 자금만 9000억원에 육박한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경남기업에 연루되지 않은 금융사가 없을 정도”라며 “신용등급 악화로 자산유동화에 어려움을 겪던 2013년 3차 워크아웃 직전 경남기업에 약 1000억원의 자금이 단 하루 만에 지원된 것도 정치권과 금융당국, 은행 간 밀약이 없으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경남기업에 흘러들어간 자금 심사와 과정도 의혹투성이다. 금융감독원이 깊숙이 개입된 정황이 감사원에 포착됐고 주채권은행이던 신한은행도 금감원과 부당 특혜를 지원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당시 성완종 전 새누리당 의원이 대주주인 경남기업은 2013년 10월 세 번째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워크아웃이 승인될 당시 성 전 의원은 국회 정무위원회에 배속돼 있었는데 금감원을 통해 채권단에 압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수현 전 금감원장과 조영제 전 금감원 부원장, 김진수 전 기업금융개선국장이 성완종 전 회장이 구축한 충청포럼 인물로 알려졌고 서진원 전 신한은행장, 주인종 여신그룹 부행장도 경남기업 지원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증폭됐다.
감사원은 경남기업 특혜의혹과 관련 금감원 부당지원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 받은 신한은행 감사도 포함된다. 감사원은 금감원 등 경남기업 부당지원 여부를 밝혀내기 위해 과장급이 아닌 국장급으로 감사인력을 격상해 조사했다.
그만큼 가담 정황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라 금융권으로까지 검찰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표]경남기업 지원현황 (단위: 억원)
(자료-각 사 취합)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