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유출 우려…대응 시급"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고급 인력 빼가기에 나서 국내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화웨이의 국내 인력 영입 시도가 중소 통신장비 기업 핵심 기술 유출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코리아는 최근 헤드헌터를 통해 다산네트웍스 소속 영업·개발 인력의 영입을 시도했다. 예전에도 비슷한 움직임은 여러 번 감지됐지만 본격적으로 수면 위에 드러나면서 관련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다산네트웍스는 이 때문에 이달 초 화웨이코리아에 인력 영입 행위 금지 및 영업비밀 침해 금지 요청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냈다.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가 국내 시장에서 덩치를 키우려고 동종업계 인력을 빼내려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며 “다산 외에도 다른 업체 고급 인력을 꾸준히 접촉 중이어서 자칫 인력난과 기술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산은 지난해 매출액이 약 1600억원으로 국내 1위 통신장비회사다. 하지만 33조4000억원대 화웨이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규모가 작다. 화웨이는 통신장비(캐리어 네트워크) 외에도 휴대전화(컨슈머), B2B(엔터프라이즈) 3개 분야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통신장비 사업은 지난해 매출액 66%에 달한다.
지난 2007년 출범한 화웨이코리아는 작년만 해도 인력이 70여명에 불과했으나 올해 초 200여명으로 덩치를 불렸다. 이 중 75%가 국내에서 채용한 인력인데 이들은 이동통신사 영업을 담당하는 고위직 인사에서부터 주요 연구개발 인력까지 광범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이동통신 3사 기간망(백본) 공급에 주력하던 화웨이코리아는 최근 들어 국내 통신장비업체가 경쟁력을 가진 가입자망까지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자사 롱텀에벌루션(LTE) 기반 재난안전통신망 관련 기술을 시연하고 한국의 재난안전망 구축 사업 참여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최근 에릭슨LG 출신인 화웨이코리아 임원이 최근 국내 LTE-A 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 국내 인력 유출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통신장비는 국가 기간망 사업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토종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 차원 육성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