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가 알카텔루슨트와 합병에 합의하면서 통신장비시장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합병이 완료되면 에릭슨과 화웨이와 맞먹는 거대 통신장비 기업이 탄생한다. 국가재난안전통신망(재난망) 사업을 비롯한 공공 통신장비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노키아와 알카텔루슨트는 15일(현지시각) “IP 커넥트 세계를 위한 차세대 기술과 서비스 분야에서 혁신 리더가 되기 위해 합병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는 시점은 내년 상반기다. 노키아와 알카텔루슨트 지분율은 66.5:33.5다. 노키아가 알카텔루슨트에 지급하는 전체 금액은 156억유로(약18조2000억원)다.
한국 통신장비 시장에도 변화가 일 전망이다. 기지국 중심인 무선 통신장비 분야에는 삼성전자가 시장 절반을 차지하고 나머지 시장을 두고 에릭슨LG, 화웨이, 노키아가 경쟁하고 있다.
노키아가 알카텔루슨트와 합병을 완료하면 노키아는 삼성전자를 위협하며 확고한 2위 자리에 올라설 전망이다.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장비 가격을 낮출 수 있고 양사 기술력과 해외 사업수주 실적을 앞세워 공격적 영업을 펼칠 수 있다.
알카텔루슨트는 유선 장비 분야에서도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췄다. IP 네트워킹을 위한 광전송 장비, 라우터, 모바일 백홀, 네트워크 관리 소프트웨어 등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알카텔루슨트는 지난해 공군 시분할 롱텀에벌루션(LTE-TDD) 사업에 참여하는 등 공공 분야에서 점유율이 높다.
업계는 시범사업 발주가 예정된 재난망 사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1조7000억원 규모 재난망 사업 수주를 위해 통신사뿐만 아니라 장비 제조사가 사활을 걸고 있다. 전국에 1만1000개 기지국을 설치하는 데 4000억원이 소요된다.
삼성전자가 일정 규모 장비를 공급할 것으로 예상되고 나머지 물량을 놓고 노키아, 화웨이, ZTE, 알카텔, 에릭슨LG 등이 경합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장비업체는 국내 PS-LTE 수주 경험을 발판으로 해외 재난망 사업 확대를 노린다.
노키아는 알카텔루슨트와 협력해 더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PS-LTE 장비를 공급하는 전략으로 선회할 수 있다. 알카텔루슨트는 최근 국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성공적 재난망 구축을 위해 한국에 ‘아태지역 재난망 기술지원 허브’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노키아코리아 관계자는 “노키아는 휴대폰 사업을 매각하고 통신 네트워크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알카텔루슨트와 힘을 합하면 공공과 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기업 합병이 국내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국내 4G LTE 분야에서 알카텔루슨트가 통신사에 장비를 공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 영향력이 막강하고 화웨이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내 LTE 시장은 이미 대부분 구축이 완료돼 더 이상 신사업이 없어 두 회사가 합병하더라도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글로벌 시장은 몰라도 국내 시장에는 큰 영향이 없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2014년 통신장비 업체별 매출(단위:억유로)
자료:업계 종합·파이낸셜타임즈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