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돈만 주는 지원책 이제는 바꿔야

Photo Image

“돈만 주는 전기차 지원책, 이제는 바꿔야 합니다.”

지난주 열린 정부 주관 기업 간담회에서 업계 한 대표는 이 같은 말을 꺼냈다.

우리나라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앞선 지난 2009년 ‘글로벌 전기차 4대 강국’ 비전을 선포하고 로드맵까지 짰다. 하지만 6년이 지난 지금 전기차 보급 수는 3000대에 불과하다. 2020년까지 100만대를 보급한다는 계획 자체를 지난해 말 20만대로 낮췄다. 이마저도 지켜질지 의문스럽다. 보급정책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금전적 지원에만 집중했다. 미국은 탄소배출차량(ZEV) 규정을 통해 글로벌 완성차업체뿐 아니라 현대차까지 전기차 전략을 앞당기게 했다. 유럽 국가도 마찬가지다. 단순 세제지원뿐 아니라 전기차의 버스전용차로 주행 허용이나 전기차만 달릴 수 있는 전용도로 도입 등 ‘착한 규제’로 보급률을 크게 높였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보조금에다 충전기까지 무상 제공하지만 전기차 보급은 더디기만 하다.

우리 정부가 지원하는 보조금은 중앙정부와 지자체를 합쳐 최고 2300만원이나 된다. 웬만한 일반 내연기관차 가격과 맞먹는 돈이다.

높은 지원금 탓에 일부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한국에서 차값을 올리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일부 지자체는 완성차 업체에 전기차 구매자를 대상으로 3년간 전기요금(계약요금)을 대납하라는 요구까지 했다. 중앙정부가 완성차 업체에 돈을 지원하고, 지자체가 이를 다시 환수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달라져야 한다. 일방적인 금전 지원에서 똑똑한 보급정책을 바꿔야 한다. 금전 지원만으로는 지금과 크게 달라질게 없다. 2020년까지 20만 대분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은 명백한 예산 낭비다. 미국과 유럽 처럼 시장 동기부여형 착한 규제나 일시적 우대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 환경부와 산업부, 국토부는 부처별 욕심을 버리고 머리를 맞대고 시장 주체가 원하는 합리적 지원책을 만들어야 한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