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인터넷 시장이 급성장할 기세다. 정부가 인터넷 보급 정책을 강력 추진하고 미국이 이를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쿠바 인터넷 보급률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2013년 기준 전체 인구의 3.4%만이 가정에서 인터넷에 접속했다.
쿠바 정부가 오는 2020년까지 전 국민에 인터넷을 보급한다고 5일 쿠바 관영매체 쿠바데바테(Cubadebate)가 보도했다.
이는 UN의 개발도상국 인터넷 보급 계획과 함께 추진된다. UN은 5년 내 세계 개발도상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주도적으로 인터넷 보급에 나선 가운데 미국의 지원 사격이 이뤄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현재 쿠바 정부의 이동통신 사업은 국영 업체 에텍사가 독점하고 있다. 이 같은 구조로는 정부의 목표 실현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특히 에텍사는 지난 2월부터 2달간 인터넷 카페 이용 요금을 시간당 4.5달러 수준에서 50% 더 올려 비판을 받기도 했다.
미국 측은 이에 대해 “통신 시장 구도를 바꿔 민간 부문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지 않을 경우 2020년까지 전 인구의 절반도 인터넷에 접속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반응이 쿠바의 인터넷 사업 지원을 위한 포석이라고 외신들은 해석했다. 미국은 지난해 말 쿠바와 53년만에 외교 관계 정상화를 선언한 뒤 쿠바의 인터넷 환경 개선을 위해 적극 나서겠다고 한 상태다. 최근 미국 고위 임원들은 쿠바 시장에 더 많은 소프트웨어와 IT장비를 내보내려고 쿠바를 직접 방문해 연관된 수출 규정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미 미국 IDT가 에텍사와 함께 미국-쿠바 간 장거리 직통전화를 연결하면서 시장 진입의 물꼬를 텄다. 쿠바는 지난해 12월 미국 은행과 이동통신 회사들이 쿠바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인 방문객이 늘어날 것을 대비해 비행기 일정 등도 다시 짤 계획이라고 발표했지만 아직 본격 진입은 허용되지 않았다.
다른 미국 IT업계의 쿠바 시장 진출을 위한 움직임도 발 빠르다. 미개척 지대인데다 지리적으로 가까워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마스터카드, 넷플릭스,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에 이어 에어비앤비도 나섰다.
숙박 공유 업체 에어비앤비(Airbnb)는 쿠바 전용 주택 렌털 서비스를 지난 2일(현지시각) 시작했다. 미국 여행 서비스 업체 대표 콜린 라버티는 “올해 150팀이 쿠바를 방문하기로 돼있다”며 “쿠바 출신이 아닌 미국인은 작년 9만여명에서 올해 12만5000여명정도가 쿠바를 찾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