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오락실에서나 볼 수 있었던 아케이드 게임과 술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면 어떨까.

미국 전역에서 40~50대를 겨냥한 이 같은 콘셉트의 일명 ‘아케이드바(Arcade Bar)’가 성행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일 전했다. 아케이드바는 아케이드게임(Arcade Game)과 술집(Bar)의 합성어다. 술집 안에 예전 아케이드 게임기들을 들여놔 고객들이 즐길 수 있다. 대개 오락실처럼 게임기들이 벽면을 따라 늘어서있고 한쪽에 테이블과 의자, 술을 만드는 바가 있는 형태다.
아케이드 게임은 과거 오락실에서 할 수 있었던 게임을 통칭한다. 플레이스테이션, X박스(Xbox) 등 가정용 게임기 발전과 온라인 게임 등장으로 미국에선 지난 1990년대부터 생산이 중단됐다.
미국의 대표적 아케이드바는 샌디에이고에 있는 ‘코인옵게임룸(Coin-Op Game Room)’과 루이스빌 ‘잔자바(Zanzabar)’, 콜로라도스프링스 ‘수퍼노바(Supernova)’, 뉴욕 ‘바케이드(Barcade)’ 등이다.
지난 3월 로스앤젤레스 시내에 문을 연 술집 에이티투(Eighty Two)는 팩맨, 던키콩주니어, 폴포지션 등 여러 게임기를 들여놨다. 주말 밤 가게 앞은 들어가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뤄 한 블록을 가득 메울 정도였다. 가게 주인 스콧 데이비드씨는 “많은 사람들이 술과 함께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는 고마움을 전한다”고 말했다.
그래픽 디자이너였던 폴 커미지안씨는 직장을 그만둔 뒤 지난 2011년 뉴욕 브루클린에 ‘바케이드(Barcade)’를 열었다. 그는 정통 아케이드 게임기 수집가이기도 했다. 초기 자신의 비디오 게임기 1~2대로 시작해 맨하탄에 지점 2곳을 추가로 열었고 현재는 85명의 직원을 데리고 있다. 유명해지기 시작하면서 ‘바케이드’라는 상표를 보호하기 위해 10여장짜리 경고장을 100번도 넘게 모방 업체들에 보냈다.

아케이드바를 찾는 사람들은 대개 현재 스마트폰 게임이나 콘솔 게임 등을 복잡하다고 여기는 중장년층이다. 이들에겐 아케이드바가 일종의 ‘타임캡슐’이다. 여기에 아케이드바가 단순히 과거향수를 넘어서 이들이 느끼는 삶의 고독을 해결해주는 측면도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아케이드바 ‘그라운드컨트롤(Ground Kontrol)’의 창업자 중 한 명인 제프리 맥키친은 “사람들은 심슨이나 닌자거북이 등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게임을 선호한다”며 “이같은 현상은 거대한 유행”이라고 말했다.
아케이드바를 여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사업 초기 게임기 자체를 구하는 일에서부터 기기 수리, 운영에까지 여러 난항을 겪었다. 게임기 제조사들 대다수는 현재 문을 닫은 상태다. 음극선 모니터, 납 도급 조이스틱 등 게임기 부품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라운드컨트롤은 몇몇 클래식 게임기만 취급하다 기기 고장이 잦아 가게를 중간에 닫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해 게임기를 60여대로 늘렸다. 이 업체는 게임기의 유지보수와 청소에 전체 매출액의 10%를 쓴다. 일부 가게에선 스프링이 장착된 조이스틱이나 평판 디스플레이 패널로 게임기를 업그레이드하기도 했다.
아케이드바가 유행하면서 부작용도 나타났다. 고객들로부터 “신성함을 해친다”는 불만을 산 ‘멀티케이드’가 대표적이다. 멀티케이드는 한 오락기에 10여개의 게임을 넣어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게임기 가격이 오르기도 했다. 아타리사의 ‘1985 페이퍼보이(Paperboy)’ 같은 레어 게임기는 10년 전 몇백달러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수천달러 이상을 줘야 살 수 있다. 빈티지 던키콩캐비닛 게임기도 몇년 전 600달러(66만원)정도였던 반면 현재 2500달러(274만원)선에 거래된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