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가장 안타까웠던 이슈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었다. 2013년 6월 신동우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이래 1년 9개월여 국회에 계류돼 법률 개정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크라우드펀딩 업계 염원도 간절했다. 하지만 2월 심사 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했고 법안은 다시 4월 임시국회로 바통이 넘겨졌다.
법 도입이 시급한 이유는 무엇보다 국내 크라우드펀딩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크라우드펀딩은 2006년 8월, 한국금융플랫폼이 P2P 금융을 시작하면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2007년 5월 오픈한 개인과 개인 간 금융거래 사이트 ‘머니 옥션’이 그것이다. P2P 금융이란 말 그대로 인터넷을 통해 개인과 개인이 직접 파일을 공유하는 P2P(peer to peer) 개념이 금융에 접목된 것이다.
크라우드펀딩 역사를 볼 때 국내는 비교적 빠른 편이다. 미국 최초 P2P 금융으로 알려진 프로스퍼닷컴(www.prosper.com) 출범 시기가 2006년 4월로 한국금융플랫폼과 4개월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얼추 국내에 크라우드펀딩 사업이 등장한 지 9년째다. 그런데도 최근 뉴스를 보면 여전히 법규 위반 사례를 종종 접한다.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크라우드펀딩 회사 정체성이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IT기업이어서 보통 전자상거래업이나 통신판매업으로 사업자 등록을 하지만 그러면 대부업법이나 유사수신행위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는다. 원금이 넘는 돈을 돌려주기로 약속하고 불특정 다수에게 투자금을 모을 경우 금융업자나 대부업자로 등록을 해야 한다는 게 현행 법 규정이기 때문이다.
대중으로부터 십시일반 자금 조달을 받는다는 크라우드펀딩의 순수한 뜻이 기존 법 안에서는 유사수신행위가 돼버린다.
금융업으로 등록하면 문제가 풀린다. 그러나 꽤 많은 자본금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에는 아직 인터넷 전문은행이 존재하지 않지만 제한을 둔 자본금 예상 규모는 1000억원이다. 참고로 미국은 1억원, 영국은 17억원, 일본은 180억원이라 한다.
그럼 대부업으로 등록하면 어떨까? 원칙적으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은 자금을 직접 공급하지 않고 금융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해주는 역할만 하기에 대부업 사업자가 아니다. 하지만 P2P 대출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돈을 빌려주는 자금 공급자가 있고 그 공급자는 대부업 등록을 해야 하기 때문에 현행법으로는 필수다. 한데 대부업자는 사업자 등록 시 회사 이름에 반드시 ‘대부’라는 글자를 넣어야 한다는 점이 아이러니컬하다.
결국 ‘이상한 인터넷 대부업’으로 전락하고 마는 게 국내 크라우드펀딩 사업 현주소인 것이다.
이처럼 복잡한 이유로 국내 크라우드펀딩 업체가 인터넷서비스업과 대부업 사업자 등록을 동시에 가져야 ‘별 탈 없이’ 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 현재 국회 계류 중인 법안이 통과되면 크라우드펀딩 회사는 ‘온라인 소액투자 중개업’ 등록만으로 정체성이 분명해진다.
지금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는 저성장, 저금리 현상이다. 이는 자연스레 저고용, 저소득으로 이어진다. 돌파구는 어디에 있을까. 핀테크에 기반한 P2P 금융과 크라우드펀딩 활성화에서 찾아야 한다. 최근 국내 사물인터넷(IoT) 벤처기업 나노람다가 미국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인디고고’를 통해 자금 지원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했다. 미국 진출이 목표라 하는데 국내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를 활용했다면 어땠을까? 글로벌 경제전쟁시대, 국내기업 간 상생을 위해서도 크라우드펀딩은 적극 육성할 필요가 있다.
4월 임시국회를 기다리는 크라우드펀딩 법안은 사실 꼼꼼히 들여다보면 온통 ‘사전규제’에 관한 법이다. 빅데이터가 상당 부분 오픈돼 가는 상황에서 투자금 규모 정도는 개인 투자자가 알아서 할 일이 아닐까. 금융 플랫폼을 통해 사회적 약자에게 돈이 흘러가고 고용이 가능해지며 건강한 소비가 증가하기를 희망한다. 소수에 집중한 부가 사회 전체로 환원하는 순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크라우드펀딩 법안이 그 꿈에 날개를 달아주기 바란다.
김태일 한국금융플랫폼 본부장(tikim@kof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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