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시중은행 스마트브랜치 직접 가보니..."여기서 되는 업무가 뭐예요?"

최근 방문한 한 대학가의 스마트브랜치는 한적했다. 입구에 마련한 ATM 앞에만 몇몇 고객이 대기 중이었다.

신한, 우리은행 등이 내놓은 스마트브랜치는 젊은층 수요를 이끌어 내기 위해 첨단 기기와 무인 창구라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대학가 주변에 구축한 디지털 은행창구다. 스마트브랜치에서 가능한 업무는 신규계좌 개설, 인터넷뱅킹 가입, 금융상품 영상 상담, 카드 발급 등이다. 현금을 다루는 시재 업무를 하지 않아 수수료가 발생하는 업무는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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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스마트브랜치 이화여대점

시중은행과 간판이 다소 다르지만 대부분 고객은 일반 영업점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방문했다가 제한된 업무를 확인하고 발길을 돌리기 일쑤다. 실제 현장 고객들은 ‘이 지점에서 할 수 있는 업무가 무엇이냐’는 볼멘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한 고객은 “통장을 분실해 재발급하러 왔는데 본인 부담 수수료 2000원이 발생해 이 지점에서는 현금을 다루지 않는다고 해서 다시 나왔다”고 말했다.

한 스마트브랜치 직원은 “많은 고객이 내방했다가 원하는 업무를 처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며 “스마트브랜치를 방문한 젊은층은 그나마 적응을 하지만 중장년층은 직접 직원이 도움을 주거나 주변 영업점으로 안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소프트웨어의 느린 업그레이드도 문제점으로 거론됐다. 스마트브랜치가 몇 군데 없으니 일반 영업점의 전표 콘텐츠 변경 등 수정사항이 유독 스마트브랜치에 늦게 반영된다는 지적이다.

한 직원은 “시중은행 전표가 규정에 따라 자주 바뀌는데 스마트브랜치까지 소프트웨어 변경이 바로 되지 않다 보니 사내 게시판에서 수기로 뽑아 재작성하는 번거로움이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브랜치에 설치된 기기의 한 화면을 변경하는 데 수백만원 이상이 든다. 스마트브랜치가 투자대비 수익이 나지 않다보니 문을 닫거나 일반 영업점으로 변경하는 사례도 속출한다.

국민은행은 시범사업으로 서울 여의도 국제 금융센터빌딩(IFC)에 2012년 8월 국내 최대 규모 스마트 브랜치 1호점을 열었다가 지난해 일반 영업점으로 변경했다.

젊은층을 겨냥한 스마트브랜치는 대부분 대학가 주변에 입점해 있다. 스마트브랜치 개점 원칙은 ‘대학가, 번화가, 인근에 영업점이 없는 곳’으로 요약된다. 현재 홍익대, 고려대, 경희대, 이화여대 부근에 스마트브랜치가 입점해 있다.

한 은행 직원은 “초기 대학가 주변으로 널리 확산하려했던 스마트브랜치 사업을 축소하는 분위기”라며 “현재 운영되는 곳 중 그나마 ATM에서 나는 수익으로 연명하는 곳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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