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사, 배출권 구매 눈치보기만…거래 실종

“올해는 그냥 시장을 지켜볼 계획이다. 지금 매도물량이 없기도 하지만 물량이 나오더라도 상반기까지는 구매를 보류할 방침이다.”

배출권 거래시장 개점휴업 상태가 장기화에 들어갔다. 산업계가 보유 배출권을 시장에 내놓지 않아 매도물량이 없다. 대표적 매수세력인 발전업계조차 구매보다는 ‘관망 자세’를 유지했다. 배출권을 팔려는 곳도 없지만 사려는 곳도 적극 나서지 않아 거래활성화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Photo Image

발전업계가 배출권 거래에 심드렁한 행보를 이어갔다. 정부가 정한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배출권 확보에 부담을 호소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예상대로라면 시장 초기부터 배출권 확보에 열을 올려야 하지만 드러난 시각은 미적지근하다.

발전사가 배출권 매수에 소극적인 표면적 이유는 매도물량 부재다. 배출권을 사려고 해도 시장에 내놓은 기업이 없어 거래할 수가 없다. 배출권 거래시장은 올해 1월 12일 개설 초기에만 반짝 거래가 있었고, 지금은 거래량·거래대금 등 모든 지표가 ‘0’을 찍고 있다. 거래실종 상태다.

배출권 확보 기업은 시장 불확실성 때문에 배출권을 내놓기보다 보험 차원에서 쌓아두고 있다. 오는 2017년까지 1기 시장에선 온실가스 톤당 1만원의 가격상한이 정해져 있다. 대부분 기업들은 2018년 이후 2기 시장 상황에 따라 배출권 매도를 결정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2기 시장에서 가격상한이 풀릴 수도 있는데 굳이 1기 시장에서 1만원에 매도할 이유가 없다는 의중이다.

이 때문에 발전사는 올해 시장에서 배출권 매도물량을 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다고 적극 매수의지도 없는 상황이다. 발전소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과거보다 감축의무 부담이 줄었다. 일부 발전사는 배출권을 구매하지 않아도 감축의무량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배출권을 추가로 구매해야 하는 발전사도 상반기는 그냥 건너뛴다는 전략이다. 감축사업과 온실가스감축 목표관리제를 통해 이미 확보한 배출권이 있고 하반기 발전소 가동현황 추이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추가 배출권이 필요해지더라도 시장 구매보다는 내년도 할당물량에서 차입해와 메운다는 계획이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매도세력과 매수세력 모두 눈치보기만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배출권이 남아도 판매하려 하지 않고 필요해도 자체 해결하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