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베리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소프트웨어·시스템 사업으로 전략을 선회했지만 이마저도 앞날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블랙베리는 모바일 사업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최근 소프트웨어·IT서비스로 전략을 선회했다. 회사는 임직원의 모바일 기기와 연동한 맞춤형 기업 관리 솔루션을 제공 중이다. 아이폰 등 자사 기기가 아니더라도 지원하며 사용자가 하나의 기기에서 공·사를 구분해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정부, 대기업을 상대로 암호화와 도청방지 서비스도 제공한다.
존 첸 블랙베리 최고경영자(CEO)는 “우리 소프트웨어가 모든 스마트폰에 들어가 웨어러블 기기, 자판기, 밥솥 등 IP 주소를 가진 모든 기기와 연동할 수 있게 만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소프트웨어·서비스 부문 연매출액이 2016년 회계연도에는 지금의 갑절인 5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시장은 비관적이다. 쟁쟁한 경쟁사들이 버티고 있는데다 제품 경쟁력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모바일 연동형 기업 관리 솔루션 시장은 에어와치(AirWatch)와 모바일아이언(Mobile Iron)이 시장의 상당 부분을 점유하고 있다. 두 업체의 연간 매출액 총액은 3억1300만달러 정도다. 2억5000만달러를 벌어들이기 위해선 이들의 점유율 대부분을 뺏어야한다.
시모나 얀코스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블랙베리 솔루션이 기술적 관점에서 경쟁력이 있긴 하지만 매출액 목표를 달성하긴 힘든 수준”이라며 “시장 선도주자들의 연간 수익에 가까운 수치”라고 지적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최근 블랙베리의 주식을 ‘매도’로 하향조치했다.

모바일 기기 사업의 미래도 어둡긴 마찬가지다. 회사는 미국 내 대형 유통사를 통해 블랙베리 클래식 등 최신 기기를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초기 실적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 시장에선 2016년 회계연도 기준 블랙베리 클래식이 미국서 200만~300만대 팔리는 데 그칠 것이라고 예측한다.
제임스 포세트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이 수치도 도달하지 못한다면 하드웨어 사업에선 수익이 없다”며 “소프트웨어 수익은 단발성인데다 유통사들이 블랙베리 상품을 진열대에서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블랙베리가 자사 특유의 하드웨어 사업을 게을리하지 않아야한다는 지적이다. 외신은 “블랙베리가 7년 전 쿼티 스마트폰으로 가져왔던 혁신을 기다리는 팬들이 아직 있다”며 “투자자들은 존 첸 CEO의 회생 계획이 주효할지 알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블랙베리는 지난 2008년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쿼티(QWERTY) 키보드 스마트폰을 발표하며 성대한 파티를 개최했다. 하지만 현재 블랙베리의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 정도에 불과하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