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스마트카와 같은 기술 융합 신산업이 본격화했다. 선진국 정부와 업계도 이 융합 신산업을 선점하고자 애를 쓴다. 기술 제조산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어느 정도 역량을 쌓았으니 외국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앞서가자는 의지도 고조됐다. 그 출발점이 바로 국제 기술표준이다. 국제 기술표준을 선점하면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융합기술 표준은 아직 정립하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선점할 여지가 많다. 정부가 7대 산업을 선정해 표준 기반 연구개발(R&D)을 추진하는 전략을 최근 확정한 것은 바람직한 움직임이다.
국제표준과 R&D를 결합한 전략이다. 그간 정부 R&D 프로젝트는 표준과 별 상관없이 이뤄졌다. 그 결과 국제 흐름과 동떨어진 R&D를 하거나 애써 개발한 결과물을 국제 표준으로 만들지 못했다. 표준과 연계한 R&D 시도만으로 이 전략은 유효하다.
국가기술표준원이 민간 국가표준코디네이터와 함께 전략을 짠 거도 긍정적이다. 같은 R&D라고 해도 정부와 업계가 바라보는 곳이 다르다. 더 멀리 근원적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정부와 당장 상용화해 돈을 벌려는 업계 이해관계가 상충한다. 기표원이 전문가 그룹을 통해 업계 의견을 수렴해야 이 격차를 좁힌다. 한정된 R&D 재원 속에 우선순위 결정과 선택과 집중에도 도움이 된다. 정부는 앞으로 업계 전문가 그룹을 더 넓혀 업계 피부에 와 닿는 R&D와 표준화 전략을 짜야 한다.
업계가 당장 원하지 않아도 기술과 산업 발전 방향에 있어 꼭 필요한 표준이 있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할 분야다. 단말간 직접통신(D2D:Device to Device)이라고 있다. 통신망 두절 시 필요한 대체 기술수단이다. 업체는 원가 상승 때문에 원치 않아도 국민 안전에 필요한 기술이다. 미국과 영국 정부가 몇 년 전부터 이를 국제표준으로 만들려고 애를 쓴다. 자국 통신기술업체 이익을 위한 것이지만 명분이 좋아 표준화 움직임이 활발하다. 정부는 이 같은 선제적 표준화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업계를 이끌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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