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부품인증제 첫 수혜 외국 업체가 본다

올해 정부가 시행하는 자동차 대체부품인증제 첫 수혜를 외국 기업이 본다. 국내 대체부품 산업이 아직 걸음마 수준이고 부품 산업 생태계가 완성차 회사에 종속된 구조로 발전한 것이 원인이다.

11일 국토교통부와 한국자동차부품협회(KAPA)에 따르면 다음 달께 첫 인증 대체부품이 시장에 풀린다. 이들 부품은 대만 제조사 제품으로 국산 부품은 일러도 6월, 늦으면 하반기에나 시장에 나올 전망이다. 우리나라 정부가 만든 제도 수혜를 외국 업체가 먼저 보는 셈이다.

Photo Image

이들 업체는 지난 1월 대체부품인증제가 시작된 직후 인증기관으로 지정된 KAPA에 인증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KAPA는 서류심사와 1차 공장심사를 마쳤고 이달 2차 공장심사를 실시한다. 공장심사와 부품심사를 거치면 대체부품 인증이 완료된다.

반면에 우리나라 업체는 인증제 참여를 망설이다 최근에서야 다섯 업체가 인증신청서를 제출했다. 현재 서류심사 중으로 이를 통과하면 공장심사와 부품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 과정을 모두 거치려면 2~3개월이 소요된다.

이처럼 국내 대응이 느린 것은 그동안 우리나라 업체가 대체부품 제조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시장이 전무하다시피 했기 때문에 부품업체 대부분이 대체부품을 제조할 수 있는 금형 자체를 보유하지 못했다. 반면에 대만은 중국과 함께 글로벌 대체부품 시장 점유율 1, 2위를 다투는 강국이다.

완성차 제조사에 종속된 부품산업 구조 탓도 있다. 우리나라 부품사 대부분은 완성차 회사에 부품을 납품해 수익을 낸다. 납품이 끊기면 회사가 휘청일 정도로 매출 비중이 높다. 순정품(OEM 부품) 외에 부품을 제조·개발할 일이 없었던 셈이다. 게다가 완성차 회사 대부분은 순정품을 주요 수익원으로 삼고 있어 대체부품 사용 활성화에 부정적이다.

부품 업계 관계자는 “국산차가 아닌 수입차용 대체부품이라고 하더라도 인증 신청을 하는 순간 대체부품 사업에 진출하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당장 완성차 회사 납품에서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있어 국내 업체는 망설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대체부품인증제는 순정품과 성능·품질이 동일하다고 인정되는 대체부품을 정부가 인증해 소비자 신뢰를 높이는 제도다. 안전에 영향은 적지만 파손 빈도가 높은 범퍼, 펜더, 도어 등 외장부품이 인증 대상이다.

국산차용 부품은 디자인보호법으로 부품 의장권이 제한돼 대상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수입차 부품이 국산차보다 네 배 이상 비싸 수입차 수리 비용 인하와 함께 부품업계 매출 증대도 기대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체부품인증제는 수입차 수리비를 낮춰 소비자 편익을 높이는 것이 취지”라며 “우리나라 부품 업계는 대체부품 역사가 짧고 시장 환경에도 제약이 많아 산업 활성화 효과가 나타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