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발의한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을 두고 ‘새치기·뒤통수 입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업계가 ‘확률형 아이템’ 부작용을 마련하기 위해 자율규제를 실시하기로 한 가운데 이를 법으로 강제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개정안에 대해 이용자가 호응하면서 게임소스코드 제출 등 2차 규제가 탄력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우려했다. 게임규제 관련 입법이 갈수록 진화하는 것에 대응해 업계가 종전 자율규제안의 강도를 더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정우택 의원(새누리당)이 지난 9일 대표 발의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온라인·모바일 게임사가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할 때 획득 확률·아이템 구성을 공시하도록 했다.
쉽게 말해 ‘뽑기 아이템’에서 얻을 수 있는 상품 종류와 당첨 확률을 게임사가 미리 공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확률형 아이템은 투입금액 대비 높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을 조성해 이용자 과소비와 사행성을 부추기고 있다“고 입법 배경을 설명했다.
개정안 발의 이후 이용자들은 게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를 반기는 분위기다. 한 게임 이용자는 “규제 법안이라고 다 나쁜 것은 아니다”며 “게임사가 이중 과금 형태로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지양해야 한다”며 긍정적 의견을 나타냈다.
게임업계는 진퇴양난이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산업협회 주도로 이르면 6월부터 관련 자율규제를 실시하기로 했는데 이를 법으로 강제하는 입법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셧다운제 등 앞선 게임규제가 이용자 반발을 불러온 것에 비해 여론도 나쁘지 않다.
업계가 마련한 자율 규제안은 △전체이용가 게임 대상 ‘캡슐형 유료 아이템’ 결과물 범위를 공개하고 △전체이용가 게임 대상 ‘인챈트’ 관련 결과물 범위 공개 및 경고 문구 게시 △자율규제 이행 여부 점검을 위한 협의체 운영 등이다. 개정안과 목적은 유사하지만 구체적으로 확률 아이템 획득 비율을 공개하라고 명시하지는 않았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업계와 논의도 하지 않고 자율규제와 비슷한 내용을 법으로 강제한 ‘새치기 입법’”이라면서도 “자율규제안의 부족한 지점을 파고들며 여론을 몰고 갔다”고 말했다. 게임 관련 규제가 수년간 반발에 부딪히며 나름대로 진화 방법을 찾았다는 것이다.
개정안이 여론의 탄력 받으면서 2차 규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윤상 게임네트웍스 대표는 “법으로 확률형 아이템을 규제하면 이후 공시한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 전수조사나 게임소스코드 제출이 추가로 이뤄질 수 있다”며 “업계에 또 다른 규제를 불러오는 트리거(방아쇠)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대표는 “자율규제가 아닌 법으로 강제하면 국내법 적용을 안 받는 외국업체에 비해 역차별이 일어날 가능성도 무시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일본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일본 게임업계는 정부가 2012년 ‘복합 가챠(여러개 랜덤박스를 겹쳐 아이템을 뽑는 행위)’를 사실상 금지한 이후 자율적으로 ‘가챠 아이템’ 확률을 공시하기 시작했다.
게임사 관계자는 “입법이 이뤄진 이상 업계과 국회가 다투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개정안이 실현되기 전에 보다 강력한 자율규제안을 업계가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 관련 게임업계 자율규제안과 국회입법안>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