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임 내정자가 명심해야할 '+'는 무엇인가

사람들에게 ‘+’ 가 그려진 카드를 보여주면 수학자는 덧셈이라 하고 산부인과 의사는 배꼽이라고 말한다. 신부님은 십자가라고 하고 교통경찰은 사거리, 간호사는 적십자라고 한다. 그런데 금융위원회란 단어를 국민, 금융권, 학계에 보여주면 ‘옥상옥’ 내지 ‘갑질 조직’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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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내정자의 개혁 출발점은 이 같은 불신을 어떻게 타파하는가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금융위원회라는 단어를 ‘+’로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 ‘+’로 바꾸는 작업을 거쳐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금융위원회가 추구했던 정책이나 제도는 ‘다른 것’이 아니라 ‘틀린 것’으로 정의됐다.

틀림을 다른 것으로 전환하기 위해 금융사가 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자에게 주문한 것은 바로 ‘조직 개혁’이다. 최근 핀테크 등 스마트금융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금융위원회의 조직 개혁과 현실을 반영한 정책 입안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조직 혁신을 위해서는 ‘땜방식 성과주의’에서 한발 떨어져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우선, 금융위원회의 부당한 인사 개입과 줄세우기를 타파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대형 은행을 비롯해 공적 금융기관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모피아’ 낙하산 인사와 인사권 개입을 이 참에 끊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모피아 출신이라는 태생적 굴레를 안고 있는 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자도 이 같은 인사권한 문제에 대해 과거 몇 번에 걸쳐 해결과제로 꼽은 바 있다.

실제 임종룡 후보자는 10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장 인사청문회에서 민간 은행의 인사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임 후보자는 “앞으로 민간은행의 인사에는 개입하지 않겠다”면서 “민간 금융사가 전문성 있는 사람을 쓰도록 외부기관의 부당한 인사 압력도 차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약속이 향후 위원장 취임 후 제도화되고 모피아의 회전문으로 금융사가 악용되는 고리를 끊어야 한다.

또 하나의 해결과제는 금융위원회가 최우선 진흥책으로 밀었던 ‘기술금융’의 임종룡 색깔 찾기다.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기술금융이 부상하면서 은행권 등이 실적경쟁을 벌이고 있다. 수많은 기술형 기업이 혜택을 봤지만, 그 폐해도 심각하다. 좀비 기업이 기술기업으로 둔갑하고, 기술 심사는 전문성이 부족한 민간 TCB기업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형국이다. 이 같은 부실 심사는 고스란히 부메랑이 돼 국내 금융 산업을 더욱 퇴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임 후보자가 현 시점에서 해결해야할 과제는 실적 위주의 기술금융 ‘치킨 게임’을 종식시키고, 진정한 기술 우량기업을 발굴하고, 이를 지원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심사에서부터 대출관행, 사후관리 등 여러 개혁작업이 병행돼야 한다. 더딘 속도로 흘러도 제대로 된 프로세스를 갖춰야 한다는 말이다. 또 산업통상부 등 기술금융 비즈니스 활용방안을 연계할 수 있는 부처간 협업체계를 지금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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