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개 검증이 R&D예산 유용을 막는다

감사원이 공개한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 연구개발(R&D) 예산 유용 실태는 관리감독이 얼마나 허술했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허위 보고가 제대로 걸러지지 않았으며, 엉터리 결과물이 칭찬까지 받았다. 감사원 적발 건수만 41건에 이른다. 정부와 산하기관 모두 업무 체계 전반에 걸친 점검을 통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R&D 예산 유용 문제는 지난해 일부 연구원 비리가 적발되면서 불거졌다. 페이퍼 컴퍼니까지 만들면서 예산을 빼돌린 일부 산하기관 연구원의 행각이 드러났다. 너무나 교묘한 수법에 일부 연구원의 사기극으로 평가됐다. 이번 감사원 조사 결과를 보니 이런 비리가 싹이 틀 만한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사지도 않은 장비를 구매했다고 올린 사용실적보고서가 그대로 통과됐다. 남의 특허까지 끌어들여 성과로 포장한 보고서도 인정됐으며, 우수성과로 선정되기도 했다. 조금만 꼼꼼히 들여다보고 확인해도 다 걸러질 사안들이다.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만든 업무 프로세스가 망가진 셈이다. 과제 참여 알선을 미끼로 뇌물이 오간 것은 더욱 충격적이다. 업체나 기관 직원이나 R&D 예산을 마치 ‘눈먼 돈’으로 여긴다는 방증이다.

기술 R&D는 비리에 관한 한 다른 분야보다 청정지대에 놓였다고 여겨졌다. 성과물이 분명해 기술 전문가 눈을 속이기 힘든 분야기 때문이다. 감사 결과로 이러한 인식이 오해였음이 확인됐다. 이미지까지 먹칠을 했으니 더 괘씸하다. 비리 관련자를 강력히 문책해 일벌백계해야 한다.

물론 믿었던 기술 전문가가 비리를 저질렀으니 알아내기 힘든 측면도 있다. 어려운 기술 분야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외부 기술 전문가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 그렇다고 일일이 감수를 받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R&D 진행 상황을 외부 기술 전문가 집단에 알려 공개 검증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외국에 유출되지 않는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R&D 전략 수정에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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