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대학에는 길이를 모두 합치면 92km에 달하는 서고를 갖춘 도서관이 있다. 하버드대학을 대표하는 와이드너도서관에는 전 세계에 48부 밖에 없는 구텐베르크 성경을 비롯해 도서 소장본만 500만 권이 넘는다. 물론 하버드대학 안에는 와이드너를 포함해 92개에 달하는 도서관이 있다. 보유 서적 전체를 합치면 1,700만 권에 달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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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캠브리지 캠퍼스에서 48km 가량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 하버드 저장소(Harvard Depository)는 외부에도 별로 알려져 있지 않은 장소다. 이곳은 도서관이라기보다는 아마존 창고에 가깝다. 총 면적은 1만 8,581m2에 달한다. 이 거대한 서고에는 도서와 영상, LP와 테이프, 책자 등을 포함해 하버드대학 도서관이 소장한 장서 중 상당 부분에 해당하는 900만 개가 있다. 콜드 스토리지(Cold Storage)는 이런 하버드대학의 알려지지 않은 서고를 소개하는 다큐멘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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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곳은 하버드 메타랩(metaLAB)이다. 메타랩 소장인 제프리 슈내프(Jeffrey Schnapp) 교수는 인간도 물건을 다룰 때에는 기계의 일부가 되어버린 셈이라고 말한다. 책이 도착하면 치수를 측정하고 이에 맞는 컬러 스티커를 붙인다. 산 중화 처리를 한 상자에 넣어서 크기 순으로 정렬한 다음 바코드를 붙이고 서가에 넣는다. 이 과정은 사람이 탑승한 지게차가 맡는다. 책까지는 최단 거리 알고리즘을 이용해 움직이게 되며 모든 걸 레이저 스캐너로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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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어둡고 항상 영상 10도를 유지하고 있다. UV필터를 곁들인 형광등 불빛이 켜지는 건 선반에서 책을 꺼낼 때 뿐이다.

하버드 저장소는 사람이 아니라 기계가 이해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 곳이다. 슈내프 교수는 지금 도서관은 변혁의 과도기에 있다고 말한다. 이젠 기술이 사람과 책 사이의 거리를 좁혀준다. 책이 도서관 밖으로 대출되던 시대에서 이젠 그냥 스캔되는 존재가 된 것. 도서관은 디지털 스캔을 통해 거대한 서버가 되어가고 있다. 하버드 저장소는 이런 도서관과 책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이상우기자 techhol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