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컴퓨터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 산타바바라(UCSB) 연구진과 구글이 오류 보상 시스템을 도입, 안정적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9개의 큐빗 칩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5일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큐빗은 양자 컴퓨터의 기본 정보 단위다. 전통적인 컴퓨터의 기본 단위 비트(bit)가 0 또는 1의 이진 정보를 나타내는 반면 이를 모두 표현해 이론적으로 무한대의 정보를 나타낼 수 있다. 양자컴퓨터가 기존 수퍼 컴퓨터를 대체해 엄청나게 복잡한 계산을 순식간에 처리하고 인공지능(AI) 등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여겨진 이유다.

양자 컴퓨터를 만들기 위해선 많은 큐빗들이 정보를 공동으로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큐빗 집합(matrices)은 오류가 잦았다. 큐빗은 양자라는 특성상 열이나 잡음신호에 취약해 데이터 값을 나타내기도 전에 상태가 변화해 정보를 쉽게 잃어버렸다. 심지어 양자 컴퓨팅의 논리 연산을 검사하는 행위 자체가 오류를 만들기도 했다. 이에 과학계는 오류 검사 및 정정 큐빗 시스템을 만드는 데 주력해왔다.
연구진은 표면 코드(Surface code) 기법과 반도체 기술을 응용해 고질적인 문제였던 비트플립(Bit-filp) 현상을 해결했다. 비트플립은 0 또는 1의 정보가 원래의 값과 반대로 나오는 오류로, 간섭 현상의 일종이다. 전통적 컴퓨터나 서버에선 이를 쉽게 구별할 수 있지만 양자 컴퓨팅에선 이 두 값이 모두 표현돼 오류를 알아내 고치는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에 참여한 구글 양자공학 기술자 어거스틴 파울러는 “비트플립은 실생활에 쓸 수 있는 양자 컴퓨터를 만드는 데 절대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며 “이 때문에 지금까지의 양자 컴퓨팅에선 엄청난 양의 오류 수정들을 거쳐야 했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사파이어 웨이퍼 위에 알루미늄 필름 조각을 깔고 부가 회로를 그려 큐빗들이 서로 상태 변화 없이 오류를 점검하고 컴퓨팅 작업을 수행하도록 했다. 총 9개의 큐빗 중 5개는 데이터를 가지고 있도록 했다. 사이사이에 있는 나머지 큐빗들이 이웃에 위치한 큐빗이 가지고 있는 값을 계산하는 식이다.
하지만 아직 양자 컴퓨터를 만들 정도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양자의 에러를 정정하는 기본적인 물리적 과정은 수행할 수 있지만 오류들의 원인이 되는 논리 연산을 개선하거나 위상플립(phase-flip) 오류 방지 기능을 검증하는 등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고 서술했다.
반면 과학계는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 연구로 향후 양자 컴퓨터가 현실화될 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평가다. 스콧 아론슨 에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물리학자는 “이 연구는 완전한 양자 컴퓨터를 만드는 데 절반 정도 다가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