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포스트2020, 산업계 자율에 맡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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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산업계에서 가장 많이 들려오는 말은 ‘현실성 부재’다. 2009년 산정한 2020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를 기준으로 잡은 중기 감축목표에 맞춰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한 것은 산업계 현실을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산업계 불만은 집단소송으로 이어진다. 비철금속·석유화학·열병합발전·부생가스·소각업계 등 다수 업종에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둘러싼 소송과 성명·탄원을 제기하고 있다. 그것은 국가 감축목표와 이에 맞춘 기업별 할당량은 있지만 이를 이행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소송 등 반발하고 있는 업종은 연료사용 또는 공장가동을 위해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는 곳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라는 말은 곧 생산활동을 줄이라는 말이 된다. 환경부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을 주문한 것이라지만, 이들에겐 노력만으로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이다. 배출권 구매 비용이 문제다.

중기 감축목표와 이행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202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주무부처 환경부는 국제사회 압박과 ‘리마합의’의 ‘후퇴방지 원칙’을 들며 중기 감축목표 달성을 전제로 더 야심찬 목표를 세울 뜻을 밝히고 있다.

미래 환경과 국제사회 시선을 의식하고 있는 환경부 뜻을 이해 못할 것은 아니지만, 포스트2020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더 강화했을 때 감당하기 힘든 부담을 떠안을 산업계 현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 불협화음을 줄이고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활동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포스트2020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 시 국내 산업계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

우리와 유사한 제조업 기반 산업 구조를 가진 일본이 경제상황과 산업계 현실을 감안해 당초 수립했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낮추고, 이행 방안을 산업계 자율에 맡긴 사례를 주목해야 한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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