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주요 정보통신(IT) 업체들이 자국 내 계정 총 6만여개를 삭제했다. 최근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고 나선 데 따른 것이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중국 사이버스페이스협회(CAC)가 바이두·웨이보·텐센트·알리바바 등 중국 주요 IT기업들이 ‘인터넷 계정 명칭 관리 규정’을 어긴 총 6만여개 이상의 계정을 삭제했다고 2일 로이터가 전했다.
중국 최대 검색 엔진 사이트 바이두는 총 2만3000여계정을 삭제했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업체 웨이보는 5500개 계정을 지웠다. 텐센트도 상당수 계정을 자사 플랫폼에서 삭제했다.
인터넷 계정 명칭 관리 규정은 CAC가 이달부터 시행하기 시작한 일종의 인터넷 실명제다. 국익에 반하거나 국가기밀, 인종 차별주의, 음란물 등 총 9개 범주와 연관된 사용자명을 쓰지 못하도록 했다. 정부 당국을 사칭하거나 ‘푸틴’, ‘오바마’ 등 위조 계정을 사용하는 경우도 처벌 대상이다. 블로그, 인스턴트메시지, 온라인 뉴스 답글 등 관련 서비스에 모두 적용되며 개인 프로필 사진과 문구도 규제 대상이다.
중국은 과거에도 이같은 인터넷 실명제를 실시하고 웹 커뮤니티 사이트나 모바일 메신저 등에 적용한 바 있다. 하지만 고객 이탈을 우려한 IT기업들은 이를 따르지 않았다. 이번에 중국 당국의 규제를 받아들인 것은 시진핑 정부가 인터넷 검열에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로지에 크리머스 옥스퍼드 대학 중국 언론법 연구자는 “이전까지 시행돼온 인터넷 실명제는 강제적이진 않았다”며 “이번에 시작된 규제는 계정을 필수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모든 온라인 서비스에 일괄 적용되게 강화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샤오팡 왕 포레스터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중국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선 앞으로도 정부 요구에 순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진핑 정부는 지난 2013년 초부터 인터넷에 올라온 글들이 공산당의 가치를 저해시킨다며 온라인 환경에 대한 통제 강도를 높여왔다. 최근 가상사설망(VPN)까지 통제하며 국내외 금지 사이트에 대한 접속도 막은 바 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