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가 첫 원전건설 프로젝트 관련해 러시아와 협력 양해각서(MOU)를 교환했지만 아직 우리나라도 수주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이번 양국 MOU 교환이 러시아가 원전건설 예정지를 돌며 보여온 일반적인 행태며 MOU 내용도 실제 계약에 이르는 구속력을 갖추기 못했을 것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2일 전력 당국에 따르면 이집트와 러시아 원전건설 MOU 교환과 관련해 현재 정부 차원에서 세부내용 확인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해 양국 협력이 실제 프로젝트 계약과 관련성이 있는지와 구속력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확실치는 않으나 지금까지 확인한 결과 여전히 우리나라의 수주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지난달 이집트와 러시아는 양국 대통령이 만나 이집트 원전 프로젝트 건설 사업과 관련 MOU를 교환했다. 올해 발주 예정인 이집트 원전은 우리나라가 ‘포스트 UAE’를 목표로 공을 들이던 사업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정홍원 전 국무총리가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을 직접 만나 원전건설 제안서 제출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우리 정부는 러시아-이집트 MOU가 지난 2013년 산업통상자원부와 이집트 에너지부 간 원전협력 MOU보다는 진전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계약 성사와는 거리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개별 프로젝트에 대한 MOU기 때문에 원전산업 전반의 협력 약속보다는 구체적일 수 있지만 굳이 사업 발주 이전에 특정 국가를 결정할 이유도 없다는 분석이다.
사업 발주가 났을 때 러시아의 실제 수주 능력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미 다수의 신규 원전 프로젝트를 수주한 상황에서 추가 사업을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 리스크가 크고 최근 유가 하락에 국가 재정 상황도 여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보리스 넴초프 전 부총리의 피격 사망으로 인한 불안한 정세도 변수다. 과거 이집트 원전개발 전면 중단 이유가 체르노빌 원전 사고였다는 점도 국내 원자력계가 기대를 거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러시아 저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터키·베트남 등 우리나라가 포스트 UAE로 지목했던 곳에 원전을 수출했고 최근 들어 수주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러시아의 원전 수주액은 약 11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 당국은 러시아와 이집트 간 MOU 세부내용을 빠르게 확인하는 한편, 수주 작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이번 러시아 행보는 그동안 원전건설 예정국에서 보여왔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아직 우리에게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는 만큼 건설제안서 제출 등 관련 작업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러시아 원전 수출 최근 동향 / 자료:원전수출산업협회>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