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장에게 듣는다]백기승 한국인터넷진흥원장

“인터넷 진흥은 ‘미래’입니다. 이제 정보보호는 ‘가치’입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인터넷과 정보보호라는 두 개의 커다란 축을 움직인다. 백기승 원장은 두 분야를 조화시키며 어떻게 미래 인터넷을 앞설 것인지를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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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진흥과 정보보호를 축으로 정책과 예산, 법과 책임의 체계적 관리가 필요합니다.”

백 원장은 과거 인터넷은 ‘기능’, 정보보호는 ‘기술’이었다. 하지만 미래 인터넷세상은 이 두 요소가 조화를 이뤄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확신했다.

현실세계와 사이버세상이 따로 떨어져 있던 시절이 있었다. 불과 20여년 만에 사이버세상과 현실세계의 경계는 사라졌다. 이제 기존 산업은 모두 ICT화되고 이 위에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이 새 시장을 연다.

-KISA 업무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인가.

▲미래 인터넷 사회의 핵심가치를 발굴하고 국가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 IoT 시대는 사이버와 현실을 구분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 인터넷은 핵심 인프라로 국가 경제, 국민 생활 안전과 직결된다. 기술로만 봐온 ICT를 가치로 확장해 미래 인터넷 사회의 핵심가치와 기준을 만들고 정책 방향을 수립할 것이다. 이를 위해 산학연 전문가로 구성된 ‘2045 인간사회@인터넷 연구회’를 창립했다. 인터넷산업, 정보보호, 문화윤리, 법제도 4대 분야를 연구한다. 인간 중심의 인터넷문화를 만드는 ‘인본주의 인터넷’ 아젠다를 이끄는 것도 한 축이다.

-취임 6개월이 돼간다.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한 일은.

▲우선 조직을 재정비했다. 제도를 개선하고 정보를 공개해 조직 건전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3월 말에는 여기저기 흩어진 직원 업무 공간을 물리적으로 한곳에 모은다. 직원 간 업무 효율성과 친밀도를 높인다.

취임 후 한수원 원전 도면 유출사고 등 대형 사이버 침해 사고는 여전했다. 미래 인터넷을 선점하기 위해 정보보호가 내재된 산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사이버안보를 지키지 못하면 국가가 아니다. 개인정보를 지키지 못하면 기업도 아니다. 또 산업 진흥 없는 정보보호 역량 제고는 공염불이다. 사용자 협력 없는 사이버 안전은 불가능하다. 인터넷 기반 미래사회로 앞서나가지 못하면 무능하다. 인터넷 진흥과 정보보호를 조화시켜야 승리한다. 글로벌 도전 없는 인터넷 산업 육성은 무의미하다. KISA는 △침해대응 정보보호 △정보보호 산업 진흥 △미래 사회 인터넷 비전 △글로벌 경쟁력 지원 4개 분야에 집중한다.

-보안 위협은 날로 급증한다. 정보보호전문기관으로서 역할과 비전은.

▲2012년 6959건에 머물렀던 전자금융사기 대응 건수는 2013년 1만801건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3만9873건으로 급증했다. 이 같은 침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탐지체계 개선과 대응 체계 고도화가 절실하다. 위험도가 높은 취약점은 늘어난다. 특정 대상을 노린 사이버 공격은 지능화하고 고도화했다. 신종 사이버 사기 수집과 분석 기술을 개발한다. 사전 예방을 강화하는 차원이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ICT 인프라를 갖췄다. 그만큼 최신 보안 위협이 가장 먼저 발견된다. 그간 쌓아온 정보보호 대응 역량을 국제 사회와 보다 적극적으로 공유한다. 사이버보안 워킹그룹을 만들어 정보와 기술, 제품을 공유하는 장을 만든다. 선진국과 공동으로 연구개발(R&D)에 나서고 개도국에는 기술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한국형 보안 솔루션 수출기반을 조성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사이버테러는 국가 간 협력 없이 예방하거나 대응할 수 없다. 관련 법제도도 정비한다. 정보보호 투자 확대와 인센티브 제공 등 정보보호산업진흥법 제정에 힘을 보탠다.

-KISA 인재 이탈이 심하다. 대안은 없는가.

▲KISA 중 특히 정보보호 쪽 인력 이동이 많은 게 사실이다. 부끄럽지만 KISA 인력 중 43%가 비정규직이다. 게다가 KISA는 업무 강도와 비교해 보상이 큰 편도 아니다. 나주혁신도시로 이전까지 인력 이동에 큰 요소로 작용한다. 비정규직은 정규직 이직 제안이 들어오면 대부분 이동한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고 있다. 국가 정보보호와 인터넷을 책임지는 기관이 고용 불안으로 일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은 문제다.

KISA 내부 직원 간 스킨십도 약했다. 3개 기관에서 모인 직원 간 화학적 융합이 쉽지 않았다. 또 물리적으로도 다른 건물에 있어 직원 간 유대나 협업도 약했다. 3월 말에는 서울 가락동 IT벤처타워로 흩어진 인력을 모은다.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하며 조직의 신뢰성과 청렴도를 높일 계획이다.

-미래인터넷 시대 한국의 영향력은 어떻게 강화할 수 있는가.

▲한국은 전자정부 평가 1위, ICT 발전지수 1위 등 인프라와 사이버보안 강국이다. 하지만 명성 대비 글로벌에서 위상과 영향력이 낮다. 인터넷 가치기준을 물리적 성취보다 인본(人本)에 두려 한다. 인간중심 이용과 소통, 창조의 무한 공간으로 확장하도록 글로벌 대화를 선도할 것이다. 인간이 기술의 주인이다. 사이버 공간에 올바른 가치를 확산한다. 기존 거버넌스 조직에서 소그룹 연대 영향력을 확대 ‘인본주의 인터넷 연합’ 구성을 추진한다.

-나주혁신도시로 이전 진행 사항은.

▲2017년 초를 목표로 지방이전 작업을 시작했다.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로 500여명이 이전한다. 착공을 시작했으며 2016년 말 청사 신축을 완료할 예정이다. 다른 기관과 달리 재원이 부족해 이전 계획이 지연됐다. 차입 등으로 부족한 재원을 충당할 계획이다. 기관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예산당국과 협의로 국고지원 확보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사물인터넷(IoT) 실증사업

인터넷진흥원은 올해 사물인터넷(IoT) 실증 사업에 집중한다.

지자체와 유관기관, 글로벌 기업 등과 협력해 IoT 유망서비스를 발굴하는 사업이다. IoT 기기에 보안을 기본으로 내재화한다. 또 IPv6를 조기 적용해 IoT 서비스 초기 확산을 추진한다.

백 원장은 “지난 20여년간 발전된 인터넷이 앞으로 2년 사이 더욱 크게 바뀔 것”이라며 “이 시대를 대비하지 못하면 기업은 물론이고 정부도 국제 경쟁에서 뒤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50억개 기기가 인터넷에 연결되는 IoT 시대에 모든 액세스 포인트(AP)는 공격지점이 된다”며 “모두의 안전을 위해 IoT 기기에 보안을 의무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KISA는 IoT 실증 사업에 보안 사전점검 컨설팅을 수행한다. 서비스 설계-구축-운영 시 취약점 분석과 보호대책을 반드시 구현토록 한다. IoT 서비스와 제품에 대한 보안성도 점검한다. 올해 IoT 보안테스트베드를 만들고 실증사업에 제공되는 서비스와 제품 보안성을 미리 테스트한다.

산학연 전문가 10인으로 구성된 IoT 보안 실증 자문단을 구성한다. 실증사업 추진 시 보안 고려 사항을 검토하고 자문을 수행한다. IoT 서비스별로 보안 고려 사항을 제공하고 실제 사업 추진기관과 사업체가 활용토록 한다. IoT 실증사업에 보안 전문기업에 참여기회를 준다. 열악한 국내 보안 기업이 미래인터넷 시대 경쟁력을 갖추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백 원장은 “IoT 기기나 서비스에는 모두 보안이 필수인데 개별 기업이 감당하기에 방대하다”며 “KISA를 비롯해 국내 기업들이 협업하는 장을 만든다”고 말했다.

◇백기승 원장은

탁월한 추진력을 자랑하는 ‘소통 전문가’로 통한다.

1957년 서울 출생으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대우그룹에서 최연소 홍보임원과 기획조정실 이사를 지냈다.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예비후보 공보기획단장으로 일했다. 이후 박근혜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국정홍보비서관 등을 역임했다.

치열한 기업 현장에서 대내외 커뮤니케이션을 주도한 경력으로 대국민 소통에도 앞장섰다. 그는 KISA에서도 소통 경영을 강조한다.

백 원장은 KISA 취임 후 우선 내부 직원과 스킨십 강화에 힘썼다. 사내 카페테리아에서 샌드위치를 먹으며 직원들과 ‘CEO 데이트’를 했다. 격의 없는 소통으로 애사심을 높이고 직원 간 신뢰 회복에 힘썼다. 직원들이 인터넷진흥원인으로서 자부심과 자긍심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백 원장은 역대 KISA 원장 중 노조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연초부터 노사가 함께 청렴실천 결의대회를 열며 협력을 강조했다. 선후배가 서로 존중하며 배려해 신뢰가 넘치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길이 KISA 발전의 밑거름이 되리라 확신한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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