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친환경차 규제를 넘어서고자 올해부터 매년 한 대꼴로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를 내놓는다. 규제가 시작되는 2018년에는 현재 친환경차 주류인 하이브리드카(HEV) 가중치가 사라지는 데 따른 결정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올해 ‘쏘나타 PHEV’ 출시를 시작으로 2020년까지 여섯 종의 PHEV를 출시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는 미국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11개 주에서 연 2만대 이상씩 판매하는 대형 제조사로 분류돼 2018년부터 일정량의 친환경차 판매를 의무화한 ‘친환경차(ZEV)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ZEV 규제는 연간 판매량의 일정 비율만큼 전기차와 PHEV 등 친환경차를 팔아야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의무 판매량은 차종별 가중치가 적용된 크레디트로 환산한다. 의무 판매량을 채우지 못하면 크레디트당 5000달러(약 549만원)의 벌금을 물게 된다.
현대·기아차는 2018년부터 전체 판매량의 2%에 해당하는 전기차·연료전지차와 2.5%에 해당하는 PHEV를 팔아야 한다. 이 판매 요구치는 매년 높아져 2025년에는 각각 16.0%, 6.0%에 이를 전망이다.
문제는 규제 적용 시점인 2018년부터 현재 친환경차 시장의 주류인 HEV 크레디트 가중치가 사라진다는 점이다. HEV를 아무리 많이 팔아도 크레디트 확보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셈이다. 현재 차종별 크레디트 가중치는 HEV 0.45, PHEV 1.86으로 책정됐지만 2018년부터는 HEV 가중치가 0, PHEV 가중치가 0.5로 떨어진다. 전기차와 연료전지차 외에는 PHEV 판매로만 크레디트를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친환경차 규제 대응을 위해 PHEV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올해 국내에 출시하는 쏘나타 PHEV는 미국 시장 진출도 예정됐다. 올해부터 쏘나타 PHEV 판매로 확보한 친환경차 크레디트는 규제를 적용받는 2018년에 소급해 사용할 수 있다. 결국 현대·기아차가 2018년부터 필요한 크레디트 확보에 선제적으로 나서려 올해 PHEV를 출시한다는 분석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지금부터 PHEV 판매로 쌓은 크레디트는 2018년에 소급해 사용할 수 있지만 HEV 판매로 쌓은 크레디트는 사용할 수 없다”며 “미국 친환경차 규제뿐만 아니라 유럽 지역의 이산화탄소 규제, 각국 평균 연비 규제에도 PHEV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규제뿐만 아니라 시장 수요 자체가 늘고 있기 때문에 친환경차 다양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현대·기아차도 쏘울 EV와 쏘나타 PHEV 등을 필두로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