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플렉시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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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렉시블(Flexible)’은 평판 형태의 디스플레이 패널을 필요에 따라 휘어지게 만들면서 최근 업계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다. 배터리나 반도체 칩도 플렉시블하게 만들어 활용도를 높이자는 말도 자주 들린다. 사전적 의미는 유연한, 휘어지기 쉬운 등이다.

특정 제품에서만 플렉시블을 언급하는 것은 그 뜻을 너무 좁게 해석한 것이다. 우리 산업계 전반으로 확장해 보면 일부 제품만 휘어지는 것을 필요로 하는 게 아니다. 공장의 생산라인은 물론이고 기업과 정부의 큰 계획에서도 유연성이 보다 중요해졌다.

하나의 공정에서 규격화된 제품을 양산하던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도 고객의 요구에 따라 맞춤형 대응이 가능한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으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같은 기능을 구현하더라도 디자인과 사용자경험(UX)을 차별화하기 위해서도 보다 유연한 대응이 요구된다.

기업의 사업계획도 예전과는 달라졌다. 연초 분야별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앞만 보고 추진하던 관행으로는 여러 변수에 대응할 수 없게 됐다. ‘시나리오 경영’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정부 정책도 유연성이 필요하다. 그동안 국가 R&D사업은 기획부터 예산 배정, 과제선정, 실제 사업진행까지 정형화된 방식을 따랐다. 하지만 기술 수요는 수시로 바뀌고 새롭게 도전할 분야도 빠르게 대두되는 시대다. 이런 흐름에 발 빠른 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 역시 유연성이 보다 강조돼야 한다.

우리는 오랜 기간 부드러움보다는 강직함을 미덕으로 삼아왔다. 하지만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필요에 따라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사람의 사고부터 플렉시블해질 필요가 있다. 유연함을 얻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관행에서 벗어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른바 ‘플렉시블의 시대’다.


소재부품산업부 김승규 차장 se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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