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삼성·SK하이닉스가 주는 착시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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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잘하니 전체 반도체 시장이 다 좋은 걸로 단단히 착각하고 있습니다. 특히 시스템반도체는 상황이 심각한데 몰라도 너무 몰라요.”

반도체 관련 기관, 연구소, 기업에서 요즘 부쩍 많이 듣는 말이다. 고공 행진하는 메모리 산업에 가려 아직 더 키워야 할 시스템반도체나 부품·재료 산업까지 모두 잘나가는 걸로 단단히 착각한다는 거다.

실제로 시스템반도체 분야는 담당 부처가 이런저런 전략을 마련해도 정작 예산이 터무니없이 줄어들거나 사업 자체가 통과하지 못했다.

메모리 관련 사업을 하는 기업들의 상황이 모두 좋은 것도 아니다. 공정 미세화가 가속화되면서 외산장비 비중이 늘어난 반면에 국내 장비기업의 입지는 오히려 좁아졌다. 기술력과 특허 문제로 해외 유수 파운드리에 장비를 수출하지 못하는 한계도 여전하다.

시스템반도체 시장은 이렇다 할 투자 이슈도 없어 더 힘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 정부가 시스템반도체 산업 육성에 팔을 걷으면서 현지 기업과 경쟁하기 더 어려운 구조가 됐다. 시스템반도체 창업 1세대가 어려움을 겪으니 후배들이 섣불리 창업에 뛰어들지도 않는다. 구인난도 심화돼 고급 인력을 미국이나 중국에서 찾는 사례도 나온다.

업계는 정부가 체계적인 반도체 후방산업 지원책을 마련해 힘을 실어주길 바란다. 사물인터넷(IoT), 지능형 자동차, 웨어러블, 바이오 등 새롭게 떠오르는 시장을 잡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크다. 못하는 분야는 지원하고 잘하는 건 더 잘할 수 있게 만드는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경쟁력 있는 튼튼한 후방 기업이 없는 것은 기업 책임도 크다. 회사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전략적으로 힘을 합치려는 통 큰 경영자가 없는 것도 문제다. 금융 위기로 매출이 0원이어도 다들 사고 싶어 하지 팔고 싶어 하지는 않더라는 수년 전 분위기는 지금도 여전하다.

정부의 든든한 지원과 열린 자세로 무장한 후방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만한 체력과 실력을 갖춰 한계 돌파에 도전하기를 고대한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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