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과 발전공기업 간 전력거래에서 가격 결정 지표로 사용돼온 정산조정계수가 최근의 전력공급 과잉 상황 등을 반영해 개편될 전망이다. 2008년 정산조정계수 제도가 전격 도입된 이후 7년 만이다.
1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과 발전공기업들은 공동으로 정산조정계수 개편 연구용역을 진행하기로 최근 합의했다.
우리나라 전력시장은 별도의 가격입찰 과정 없이 전력생산 단가가 가장 높은 발전기의 발전단가를 전력시장거래가격(SMP)으로 정한다. 하지만 원자력, 유연탄, LNG 발전기의 전력생산 단가가 다른 현실에서 SMP를 전액 지급하면 발전원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원자력과 유연탄 발전에서는 초과이익이 발생한다. 정부로부터 전기요금 규제를 받는 한전은 SMP 일괄 적용에 따른 막대한 손실을 예방하는 한편 발전공기업 간의 수익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전력가격산정 시 정산조정계수를 추가로 적용하고 있다.
이번 정산조정계수 개편 작업은 최근 전력수요가 줄면서 발전소 가동일수가 감소했고, 전력도매가격 하락으로 발전공기업의 재무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면서 추진됐다. 여기에 정산조정계수를 손보려면 발전원별로 변경해야 하는 등 규칙의 유연성이 결여된 점도 개편 배경으로 작용했다.
정산조정계수는 과거 전력공급이 부족해 전력 도매요금은 계속 상승한 반면에 소매요금은 정책적으로 동결됐던 시절 한전의 재무부담을 줄이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전력공급 과잉으로 발전사들이 재무악화에 처하는 등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한전은 발전공기업의 재무구조가 빠르게 나빠지자 LNG발전 부문의 정산조정계수를 사실상 적용하지 않았다. 일부 발전공기업에는 유연탄 정산조정계수도 바꿔 적용해 수익성을 보장해줬다. 원칙대로라면 모든 유연탄 정산조정계수를 동일하게 바꿔야 하지만, 석탄발전소 비중이 높은 사업자가 반사이익을 얻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특정 사업자의 정산계수만 조정하는 예외를 뒀다. 이미 현 시장체제에서 기존 정산조정계수의 한계가 드러나자 특별조치를 취한 셈이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한전과 발전사가 일정 전력을 정해진 금액에 거래하고 차액을 상호 보전하는 ‘정부승인 차액계약제도’를 추진 중이지만, 발전사들과 계약작업이 필요해 당분간은 정산계수에 의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 계약을 진행할 수력발전과 부생가스발전 역시 댐 주변지역 보상금과 배출권거래제 부담 등이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정산조정계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석탄화력은 단계적인 차액계약 적용이 계획돼 있어 정산조정계수 규칙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전력 업계 관계자는 “전력시장 환경이 급변하면서 정산조정계수의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며 “차액계약이 이를 대신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전면 적용에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우선 정산조정계수 적용방법 변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