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시장에서 이제 우리나라는 IT강국이 아닙니다. 핀테크라는 울타리 안에서 각자의 시장 주체가 추진했던 사업역량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생태계 조성이 시급합니다.”
전자신문이 주최한 스마트금융포럼에서 ‘핀테크 산업이 나아갈 길’이라는 주제로 연사로 나선 이지은 액센츄어코리아 디지털그룹 대표는 “국내 핀테크 산업 생태계가 우선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은 대표는 액센츄어가 핀테크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선 것은 핀테크 플레이어들이 각각의 산업에 종사하고 있음에도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핀테크 벤처기업이 독창적인 신기술을 들고 나와도 벤처투자사는 적극적인 투자에 몸을 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핀테크 기술을 적극 수용해 벤처 생태계의 선순환을 이룰 수 있는 핵심 열쇠를 가진 대형 은행은 팔짱을 끼고 있고, 이들이 각자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 금융당국도 어떤 박자에 춤을 춰야 할지 혼란스러운 것이 현재 한국 핀테크 산업의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컨설팅 업무를 하면서 기술이 산업에 접목되는 사례는 수없이 많이 보아 왔지만 보수적인 금융 산업에서는 기술사업화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며 “액센츄어는 이러한 간극을 해소하고 글로벌 핀테크 산업의 허브가 되고자 공격적으로 뉴욕시와 영국, 홍콩 등지에 핀테크이노베이션랩을 세우게 됐다”고 말했다.
핀테크이노베이션랩은 금융기관, 투자자, 정부기관, 스타트업 네 기관이 어우러져 핀테크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핀테크이노베이션랩에서는 3개월마다 기업의 잠재 성장성에 기준을 두고 핀테크 기업을 선발한다. 선발된 스타트업은 주 1회 C레벨 이상 금융사 임원진에게 멘토링을 받는다. 벤처캐피털은 밀착 모니터링하며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스타트업과 금융사, 벤처투자사가 모여 프로토 타입을 만들고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포상하며 구체적인 사업화 모델을 만들고 있다. 정부기관은 인프라를 제공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제거, 소극적인 기관의 참여를 독려하는 등 백업 역할을 한다. 이같이 네 기관의 유기적인 생태계를 만들어 핀테크 사업의 판을 키우도록 하는 것이 핀테크이노베이션랩의 궁극적인 역할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지은 대표는 금융권이 자발적으로 핀테크 기술 도입 필요성을 인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대표는 “국내 핀테크 담론을 보면 항상 무엇을 만들고 없애야 하는 등 말만 무성한 상황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한 준비작업은 없다. 한국은 미국, 중국 등 핀테크 선진 시장에 비해 3~4년은 족히 늦은 출발을 하고 있다”며 “누가 무엇을 해야 한다는 단편적인 시각이 아니라 관련 기관이 어떤 협력을 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핀테크이노베이션랩의 교훈”이라고 전했다.
모바일 결제는 단지 핀테크의 일부분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핀테크는 단지 현재 이용하고 있는 결제 시스템을 빠르고 편리하게 만드는 것에서 나아가 크라우드펀딩, 개인 자산관리 등 기존엔 없던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핀테크 활성화에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관련 기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