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슈틸리케 감독이 대한민국에 주는 교훈

우리 축구대표팀이 55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을 눈앞에 뒀다. 불과 4개월 만에 한국 축구를 변모시킨 슈틸리케 감독의 리더십은 무엇일까. 전통적으로 명감독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무엇보다도 선수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120% 발휘하도록 ‘동기부여(Motivation)’를 잘한다. 누구에게나 동등한 기회를 준다. 23명의 엔트리 선수 전원이 항시 감독의 부름을 기다리며,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한다. 선발과 벤치멤버 간 격차는 줄어든다. 2002년 히딩크 감독이 그랬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조셉 모리뉴 첼시 감독 역시 이 같은 지도철학을 바탕으로 명장이 됐다. 1진과 2진의 격차를 줄여 강팀을 만들었다. 결승전을 하루 앞둔 한국 대표팀 역시 이 같은 컬러가 살짝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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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들의 리더십을 국가경영에 결합하면 어떨까. 빈부격차가 줄어들고, 사회적 계층이동이 자유로워야 강한 나라가 만들어진다. 5000만 국민 모두가 ‘하면 된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드필더 격인 중산층이 안정되면 금상첨화다.

그런데 작금의 국내 상황은 거꾸로 가는 느낌이다. ‘양적완화’라는 재료를 요리하는 한·미·일 3국의 움직임을 보고 있자면, 이 같은 우려는 더욱 커진다. 돈을 푸는 정책은 똑같이 사용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게 만드는 눈에 띄는 정책이 없다.

특히 재정·세제 정책에서는 답답함마저 든다. 미국과 일본이 연초 임금인상 카드를 꺼내든 반면에 우리는 규제완화를 내수활성화의 유력한 해법으로 제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왜 연두 국정연설에서 특유의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임금인상을 강조했을까. 중산층 복원이라는 화두는 왜 던졌을까. 답은 청중뿐 아니라 공화당 관계자들의 기립박수에 있다. 아베 총리 역시 아베노믹스 2기 화두로 “소비를 살리자”고 제시했다. 그러면서 재계에 임금인상을 주문했다. 물가상승으로 실질임금은 하락했다는 판단에서다. 미국처럼 임금인상 드라이브를 예고했다.

우리는 어떤가. 미국, 일본과 출발은 같지만, 방향성은 사뭇 다르다. 임금인상 카드를 꺼내 든 두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는 잇따라 가계를 쪼그라들게 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제라는 단어를 42번이나 사용하면서 경제활성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하지만 내수활성화 의지가 있는지 묻고 싶다. 정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조세저항이 적은 월급쟁이들의 지갑에서 가져가는 세금은 늘어나는 기조다. 가계를 풍성하게 만들려는 미국 일본과는 대조적이다.

지금처럼 경제바퀴가 굴러간다면 중산층과 서민들은 점점 어려워지고, 가진자들의 곳간은 돈이 넘쳐날 개연성이 높다. 굳이 21세기 자본론의 저자인 피케터 이론을 말하지 않아도, 사회적 불평등 격차는 점점 벌어진다. 이대로 가면 벤처멤버와 2진들이 일찌감치 희망을 버리고 미래를 포기하게 된다. 하나둘씩 ‘사회적 노숙자’들이 생겨난다. 축구에서 미드필더가 약하면 공격수와 수비수의 체력소진이 빨라지고, 뻥축구만 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중산층의 몰락은 국가경영을 힘들게 한다.

축구나 정치나 사람의 문제다. 소통과 팀워크가 없으면 어떤 결실도 얻을 수 없다.

보다 솔직한 자세로 국민과 소통하려는 리더십이 아쉽다. 리더라면 직접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만 5000만 국민 모두가 열두 번째 축구선수가 되기를 기다릴 것이다.


김원석 글로벌뉴스부 부장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