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우리 폰엔 우리 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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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자국산 반도체 개발을 국가 차원에서 전폭 지원한다. 여기에는 산업적·경제적 이유 외에도 ‘국가 보안’을 위한 목적이 깔려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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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 중국 반도체 시장규모 및 자국산 점유율(단위:십억 달러, %) <자료: IBS·WSJ> *주: 2015년도는 추정치

지난 2013년 스노든에 의해 미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 도·감청 사실이 폭로된 이후 중국 공산당과 중앙정부 고위 관료들은 전화 단말에 일종의 노이로제가 걸려 있다.

중국이 스마트폰 등 각종 이동통신기기의 세계 최대 생산국이긴 하나, 여기에 들어가는 통신 칩은 대부분 미국 등 외산 제품이다. 따라서 ‘백 도어’ 등을 통한 통화내용 유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중국의 우려다.

중국 칩 제조사인 스프레드트럼 커뮤니케이션스의 레오 리 CEO는 “최근 정부 관계자로부터 당 서열 최고위직이 사용하는 일명 ‘안전폰’(safe phone)에 내장될 전용 칩을 만들어달라는 주문을 받았다”며 “중국 관료들은 휴대폰 보안에 매우 민감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확인 요청에 중국 산업정보기술부(MIIT)는 답변을 거부했다고 WSJ는 밝혔다.

중국 당국의 이른바 ‘보안 염려증’은 결국 중국의 산업 구조변경에 새 전기를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그동안 통신 단말의 조립·제조에만 천착했던 방식에서 탈피해 내장 칩 개발에까지 정부의 지원이 뻗치게 된 것이다.

중국의 첫째 지원책은 경쟁상대인 미국 칩 생산업체에 대한 조사권 발동이다. 현재 중국 사정당국은 퀄컴을 수사 중이다. 적용 혐의는 스마트폰 관련 각종 특허권의 오남용에 따른 반독점법 위반이다.

중국의 반도체 중흥책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지원가능한 정책 자금은 풍부해졌고 전략·전술도 더욱 정교해졌다”고 미국 시장조사업체 IBS의 핸델 존스 CEO는 평가했다.

최근 마카이 중국 부총리는 “반도체는 국가산업의 핵심 근간”이라며 반도체 개발 프로젝트에만 1600억위안(약 27조8000억원)을 투입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

가시적인 성과도 나오고 있다. 중국 관세청에 따르면 작년도 반도체 수입 물량은 전년 대비 5.9% 감소했다. 지난 2013년에는 20.5% 증가했던 것에 비하면 그만큼 자국산 대체품이 늘었다는 의미다.

반도체 수요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중국이지만 최근 수년간 자국산 반도체 비중이 늘면서 2010년 4.5% 대비 지난해엔 8.6%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 2013년 말 스프레드트럼이 국영 반도체 업체인 칭화유니그룹에 흡수된 이후, 이 회사에 대한 중국 당국의 지원이 크게 늘었다. 4000여명인 직원 수가 올 연말이면 5500명 수준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이 밖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인텔 등이 중국 현지 공장에 대한 투자와 합작 법인을 늘리는 것도 중국 칩 제조업체의 기술발전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게 WSJ의 분석이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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