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 주도로 판교테크노밸리에서 ‘소프트웨어(SW) 중심사회 실현 전략’이 발표된 뒤 반 년이 지났다. 우리나라 SW산업은 아직도 후진적 모습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IT 수출 점유율 세계 6위를 기록하고 있으나, 1조달러가 넘는 세계 SW시장에서 한국의 시장점유율은 1.8% 수준으로 11.1%인 중국보다도 뒤진다. 내수시장에 의존하는 SW기업, 후진국 수준의 개발역량 등 열악한 SW산업 환경이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SW산업을 살리고 중소 전문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선 발주체계의 혁신이 필요하며, 곧 SW 분할발주가 필요하다.
공정을 분할하는 분할발주와 유사한 개념에는 분리발주, 기능분할발주가 있다. 분리발주는 정보시스템 구축사업에서 패키지 SW를 분리해 발주하는 것이며 2009년부터 확대 시행되고 있다. 기능분할발주는 4대 강 사업을 지역별로 분리해 발주하듯 SW를 기능별로 분리해 발주하는 것으로 이미 시행되고 있는 방식이다. SW 분할발주는 사업을 기능별이 아닌 개발공정별로 분리해 발주하는 것이다. 요구사항 분석, 설계, 구현, 시험 등 개발공정을 분리해 공정별로 개별 업체에 맡기는 방식이다.
건설, 제조업 등 SW 이외의 사업은 분할발주가 일반화돼 있다. 그러나 SW는 여타 산업과 달리 제품이 눈에 보이지 않는 비가시성의 특성이 있으며 개발 과정에서 공정을 구분하기가 매우 어렵다. 여타 산업은 설계가 표준화돼 있어 설계와 구축이 명확하게 구분돼 있지만 SW는 설계가 표준화돼 있지 않으며 설계와 구현이 명확하게 매핑되지 않아 두 공정이 분리되기 쉽지 않다. 제조업에서는 설계부서와 제작부서가 분리되어 있지만 SW업체에서 설계와 구현 부서가 분리되어 있는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통상 개발자 한 사람이 요구분석부터 설계, 구현, 시험까지 전 공정을 수행하는 때가 대부분이다. SW 개발과정에서 요구분석만 있고 설계과정이 거의 무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설계의 부재로 인해 설계를 재사용하지 못하므로 인해 SW 사업 예산의 엄청난 낭비가 발생한다. SW 사업에서 기존시스템을 개선하는 수많은 고도화 사업이 실제적으로는 기존 시스템을 버리고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재개발 사업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SW 사업에서도 타당성 분석 및 계획(ISP)과 테스트는 부분적으로 분할발주를 도입하고 있으나 분할발주의 요체는 설계와 구현의 분리다.
SW 사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하나의 사업에 다수 사업자 참여하게 됨에 따라 분할발주가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돼가고 있다. SW 사업도 건설 및 제조업과 같이 설계 공정을 반드시 수행해야 하고 설계와 구현을 분할해야 한다. 또 기존 대형 SI 사업자의 통합발주 형태에서는 중소기업이 하도급 형태로 참여하게 됨에 따라 중소기업의 피해의식이 지속돼 이에 대한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돼 오고 있다.
정보시스템에서 패키지SW를 분리하는 분리발주 제도는 정부 주도로 매뉴얼이 만들어져 잘 시행되고 있다. 분할발주도 그동안 수행된 분할발주에 대한 연구조사나 시범사업의 결과와 문제점을 보완해 분할 발주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분할발주를 제도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선 충분한 시간을 갖고 준비해야 하며 다음과 같은 준비가 필요하다.
첫째 SW개발 공정에서 설계를 표준화하고 개발 사업에서 이를 의무화해야 한다. 둘째 분할발주는 발주관리의 복잡화·고도화가 요구되기 때문에 발주기관이 독자적으로 관리하기가 어려워 PMO와의 연계를 통한 사업관리가 필요하다. 셋째 설계와 구현을 분리하는 분할발주와 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에서 테스트 발주를 의무화해 품질 및 테스트 전문기관에 맡겨 시스템의 품질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분할발주의 절차와 방법을 규정하는 매뉴얼을 작성해야 한다. 다섯째 분할발주의 제도 정착화를 위한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분할발주가 시행되면 여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첫째 SW 사업에서 설계 공정을 분리함에 따라 설계기술을 확보할 수 있으며 설계 전문 업체를 육성할 수 있다. 둘째 정보시스템의 통합발주에서 분할발주로 감에 따라 중소 SW 사업자의 독자적 사업 수주 및 사업능력 확보가 가능해져 중소기업에 대한 적정한 사업대가를 제공할 수 있다. 셋째 분석 및 설계 재사용으로 인한 유지보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넷째 SW사업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발주관리 기법 및 기술의 고도화를 기할 수 있다. 다섯째 고품질의 공정별 산출물을 확보해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SW 공정을 분할함으로써 사업의 가시성을 확보할 수 있고 SW의 품질 향상 및 기술 발전을 유도할 수 있다.
SW 중심사회를 정착하기 위해 고품질 SW 전략과 기술 확보가 필요하며 발주체계의 고도화를 통한 강한 중소SW 업체 육성을 위해 분할발주는 반드시 도입돼야 하며 성공적 정착을 위해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
오영배 소프트웨어선진화포럼 회장(수원여대 교수) yboh@sw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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