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퓨리(Fury)’ 홍보를 위해 세계적 스타 브레드 피트와 로건 레먼이 방한했다. 할리우드 스타가 전 세계적 개봉 전에 한국을 찾는 일이 이젠 낯설지 않다. 지난해에도 제시카 알바, 메간 폭스, 패리스 힐튼 등이 우리를 찾았다.
이는 한국 영화시장이 1조4000억원을 넘어 세계 5~6위권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까다로운 한국 영화팬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가 세계적 흥행 여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됐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사이버를 통해 여론을 수렴하는 환경에서 한국의 앞서가는 무선인터넷 환경과 스마트 기기의 높은 보급률을 할리우드가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67.6%로 세계 최고수준이다. 10년 전 영화 아바타(Avatar)를 제작·감독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대전 엑스포과학공원에 3D 스튜디오를 설립하려던 시도도 이러한 초고속 인터넷 환경의 요인이 컸다.
필름 발명이 있었기에 사진과 영화 예술이 가능했고, 전자공학의 발전으로 영상 장치가 탄생해 오늘날 방송콘텐츠와 미디어 엔터테인먼트산업이 꽃피게 됐다. 앞으로는 모바일 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사물인터넷, 동작인식 등 정보기술(IT)이 콘텐츠와 결합해 차원이 다른 실감과 재미를 주는 콘텐츠가 개발될 것이다.
한국은 이러한 차세대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는 앞서가는 기술 환경과 개발인력을 갖추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한 참여와 경쟁이 방송물과 만날 때 더 흥미롭고 창의적인 콘텐츠가 개발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류 확산과 함께 전 세계에 퍼져 있는 한류 팬들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연결하고 그들이 온라인에서 경쟁하며 오프라인의 토크쇼와 연결하는 포맷이나 소셜 네트워크 게임이나 PC방, 예능물을 융합한 포맷도 만들어질 수 있다. 조금 더 상상력을 넓혀 보면 사물 인터넷과 연계한 방송 광고는 광고주의 브랜드를 보다 확실하게 인지시켜 줄 것이다.
또 초고화질(UHD) 영상과 기기 보급으로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실물에 가까운 영상을 제공하는 방송물이 일반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UHD기술은 특히 방송 콘텐츠 중에서 다큐멘터리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치리라 분석된다.
우리의 앞서가는 무선인터넷 환경을 고려해 볼 때 한류 콘텐츠의 수출도 지금보다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 한국 콘텐츠 산업은 매출 규모가 97조원에 달하고, 수출 규모도 58억달러를 기록하는 성장세를 보였다.
방송물 수출에서 한류 드라마의 비중이 큰 것이 사실이다. 특히 한국형 스마트 융합 콘텐츠 개발과 UHD급 콘텐츠를 위해선 다큐멘터리, 예능물 등 비드라마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요청된다.
다큐멘터리도 문화상품인 만큼 수요자와 공급자가 존재하며 수요자인 바이어를 만나야 가격결정도 이뤄진다. 전 세계 다큐멘터리 시장은 거대 자본과 장기간 제작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춘 영국의 BBC나 일본의 NHK와 같은 제작사가 주도하고 있다.
우리의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선 공동출자, 공동제작, 패키지 중심 제작을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제작시스템이 필요하다. 국제 공동제작이 이뤄지면 해외 시장 및 배급망에 효율적으로 접근할 수 있고 국가 간 문화교류를 활성화할 수 있다. 또 우리 제작진이 접근하기 어려운 해외 로케이션 촬영도 가능해지고, 기술적 차원에서의 노하우와 제작진 경쟁력도 높일 기회가 될 수 있다.
강병호 배재대 한류문화산업대학원장 bhkangbh@pc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