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P에 운영 KPI 적용해야 경영 효과 오른다

“전사자원관리(ERP)시스템을 구축하면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ERP에도 지속적인 혁신과 치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하영목 비앤이파트너스 자문역은 “많은 기업들이 ERP를 도입하고도 성과개선에 부족함을 느낀다”며 이같이 말했다. ERP는 분리된 정보를 통합하고 부서 간 프로세스를 표준화해 유기적으로 기능하도록 만들어진 정보시스템이다. 프로세스를 통합하더라도 부서와 팀 그리고 담당자에 따라 자연발생적인 프로세스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업무가 나뉜 지점에서 책임감 분산이라는 함정이 상존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ERP가 프로세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업무 품질을 향상시키는 혁신 도구가 되려면 자연발생적 프로세스와 분산된 책임감을 극복할 수 있도록 전사적 관점에서 시스템을 점검하고 업무 개선 포인트를 개발해야 한다.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위해서는 전문적인 진단도구와 지원이 필요하다.

비앤이파트너스가 지난해 선보인 ‘밸류*KPI’는 이 같은 배경과 효과를 염두에 두고 개발했다. 18년 이상의 중견·중소기업 ERP 구축과 활용분야 경험을 바탕으로 1년여 기간 동안 연구개발(R&D) 투자와 외부 자문·검증을 통해 완성한 ‘ERP 운영진단’ 솔루션이자 서비스다. 밸류*KPI는 온라인 문진표, 성과지표(KPI) 모니터, 디자인 싱킹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지난해 3월부터 10개 고객사에 적용 중이다.

하 자문역은 “밸류*KPI는 개인의 건강지수를 측정하는 체성분 분석처럼 기업의 ERP 건강지수를 진단하는 것과 같은 개념”이라며 “주치의가 건강검진 결과를 갖고 건강상태를 상담하고 처방하듯 비앤이파트너스의 전문컨설턴트들이 기업 상세업무현황을 50여개 KPI에 기반해 상담·처방하는 서비스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글로벌 시장에 아웃도어 제품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공급하는 D사는 밸류*KPI를 적용하고 나서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 창고에 쌓여 있는 재고 가운데 30일 이상 이동이 없는 재고 비중을 나타내는 ‘무이동재고비중’이라는 KPI항목만 해도 15~20%의 개선 여지가 있음을 확인했다. D사는 전체 324억원어치의 재고 가운데 107억원 정도의 물량이 30일 이상 창고에 적치돼 무이동재고비중이 33%다. 반면에 ERP를 운영하는 제조업체의 평균은 15% 내외고 관리를 잘하는 곳은 10% 수준이어서 단순히 수치상으로면 비교해도 15~20%가량의 개선여지가 있다. D사는 운영 KPI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물류효율을 높이는 프로세스 개선을 진행 중이다.

하 자문역은 “기업들이 경영혁신 유행에 따라 ERP를 도입하기는 하지만 잘 안 되면 포기하고 새로운 무엇인가를 하려다 보니 비용만 늘어나는 우를 범한다”며 “업종이나 기업별 특성, 시장 환경, 경쟁관계에 따라 변화하는 KPI를 지속적으로 바꿔 살아있는 시스템으로 유지해야 경영성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주문정기자 mj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