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온고지신] 한·미 과학기술협력의 새로운 방향

북한의 몇 차례 핵실험으로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확실해졌다.

사실 북한이 얼마나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지, 영변 농축우라늄 공장은 제대로 가동되고 있는지, 또 다른 농축 시설이 지하 깊이 어디에 있을 것이라고 짐작되는데 어디에 얼마만한 시설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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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으면 힘의 역학 구조가 바뀌게 된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나라들 일본, 중국의 국방 외교 정책의 근간이 바뀔 수밖에 없다. 테러 위협에 시달리는 미국은 물론 북한에 우호적인 중국도 북한 핵보유를 인정할 수 없는 입장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주변국이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한미원자력협력협정의 개정은 어려운 국면일 수밖에 없다.

한미 원자력협정 시한은 2014년 3월까지이나 2년간 협정시한을 늘려 2016년 3월까지 협상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핵연료 농축 재처리에 대한 입장 차가 워낙 커 타결이 어렵다고 한다. 미국 측에서는 최근 한국과의 원자력 분야 협력 현황을 알아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는 현재 23기가 가동되고 있고 앞으로 지속적으로 신규 원전을 건설, 39기까지 보유할 계획이다. 더구나 아랍에미리트(UAE)에는 4기의 원전을 200억달러에 수출, 현재 건설이 진행되고 있다. UAE는 앞으로 12기를 추가, 총 16기를 보유할 계획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한국의 UAE 원전 건설을 주시하고 있다. UAE 원전 건설 운영이 성공적이면 사우디아라비아도 한국의 원전을 도입하게 될 가능성이 훨씬 높아 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핵연료가공에 연간 1조원 이상을 쓰고 있으며 이중 30%이상이 우라늄 농축관련 비용이다. 적지 않은 비용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더 많은 원전을 해외로 수출하려면 핵연료가공은 물론 사용후핵연료의 재활용까지 완전한 서비스가 필수적이다. 우리나라와 경쟁하는 프랑스, 일본은 우리의 이 같은 약점을 물고 늘어지는 상황이다.

현재 한·미간 원자력분야에서는 다양한 연구 사업을 공동 추진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파이로처리는 약 500도에서 핵연료 금속을 녹여 전기분해 하면 핵무기에 쓰이는 플루토늄이 분리 안되는 일종의 재활용 기술이다. 이미 양국이 합의, 10년간 공동연구 중이므로 이 분야는 더욱 투자를 확대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나아가 파이로처리 후 나오는 고준위폐기물을 고속중성자 등으로 소멸 처리하는 분야 또한 공동 연구해야 할 분야 중 하나로 보고 있다. 토륨 우라늄 혼합연료에 의한 소멸, 중수로에서의 소멸, 고속중성자로를 사용하는 방법 등 다양한 방식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도 고준위 폐기물 처분장을 구하지 못하는 힘든 국면을 공동연구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화석연료, 그 중 석유 자원은 100년을 못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는 태양전지와 연료전지는 현재 경제성이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의 보조금과 발전차액지원제도 등에 기대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현실이다.

지구에서 에너지 활용이 결국 태양에너지(핵융합 에너지임)와 원자력에너지로 귀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식물의 광합성작용은 수십억 년의 진화 과정을 거쳐 발전하여 왔으며, 아직도 인류는 그 과정을 완전히 알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이번 기회에 미래를 내다보고, 예를 들어 수소에너지 활용에 대비한 기술 분야 공동 연구 등 미래에너지 분야에 대한 한·미 양국의 국가적인 과학기술협력을 기울여 봄직하다.

언젠가 남북한이 통일되면 북한의 핵관련시설은 민수용, 주로 발전용 원전의 핵연료 가공 시설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핵관련 과학기술인력도 기초과학 분야 및 원자력 산업분야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대책을 미리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핵심 고급인력은 수백 명 수준이고 핵 관련 종사자가 1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만약 갑작스러운 통일에 이들 인력이 이리저리 흩어지거나 테러를 일삼는 집단으로 간다면 이 또한 낭패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미원자력협력협정 개정은 시야를 좀더 멀리 보고 미래를 향한 양국의 협력이 있어야 한다. 북한에 대해서도 북한의 원자력시설을 상업용으로 전환하고, 만약 지하 농축시설이 있다면 이는 폐쇄 내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감시할 수 있는 지역(예를 들면 DMZ 부근)으로 이전, 상업용으로 전환하도록 협상을 해야 하지 않을까.

장상구 단국대학교 초빙교수·전 원자력통제기술원장 skchang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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