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는 소재 발전사와 맥을 같이 한다.
먼 옛날 인류는 자연의 돌 등을 소재로 일상생활을 영위했다. 소재 가공은 청동기 시대 시작됐다. 가공기술의 진보와 더불어, 금속을 사용하는 철기시대는 변천사로 보면 상대적으로 길었다.
하지만 철은 강도의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무겁거나 부식 등의 문제가 있어 인류는 다른 기능성 소재를 찾게 된다. 그 대안 중 하나가 바로 플라스틱이다.
1920년대, 헥시온(Hexion)의 베이크라이트(Bakelite) 개발로 시작된 플라스틱 시대는 나일론, 폴리에스테르, 폴리이미드, 슈퍼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등 다양한 플라스틱 소재의 개발을 이끌며 2000년대까지 지속됐다. 2015년을 맞는 지금은 탄소소재 시대다.
금속소재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볍지만 강도가 약한 플라스틱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신소재인 탄소소재가 ‘미래산업의 쌀’로 부상하고 있다.
탄소소재는 주기율표상 원자번호 6번 ‘C’로 이루어진 소재로, 그 결합 방식과 입체구조에 따라 독특한 물성을 갖는다. 물성에 따라 인조흑연, 탄소섬유, 활성탄소, 카본블랙, 나노탄소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탄소소재는 저가의 석탄 및 석유계 원료에서 출발해 가공공정을 거쳐 20~100배의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거듭난다. 우수한 전기, 물리, 화학, 기계적 특성으로 인해 기존 산업분야에 융복합되면서 기술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21세기 신소재로 부각됐다. 탄소소재는 단계에 따라 ‘기초원료-중간원료-탄소소재-탄소제품’ 등으로 분류되며, 석탄, 석유, 천연가스의 기초원료는 피치 및 폴리아크릴로니트릴(PAN) 프리커서, 코크스 등의 중간원료로 1차 가공된다.
이 중간원료 및 기초원료는 공정에 따라 인조흑연, 탄소섬유, 활성탄소, 카본블랙, 탄소나노튜브(CNT), 그래핀, 다이아몬드 등의 탄소소재로 가공되며, 금속 및 고분자 등의 물질과 융복합돼 탄소제품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이 같은 탄소소재가 기초원료부터 출발해 최종제품으로 우리 곁에 오기까지는 중간원료 중합기술, 탄소소재 생산기술, 탄소제품 응용가공기술 등 장애물이 많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상대적으로 시장규모가 작은 카본블랙과 활성탄소, 나노탄소 등을 제외하고 그 제조기술 기반이 취약한 이유다. 무엇보다 파급력이 큰 인조흑연과 탄소섬유는 일본,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 탄소소재 기술은 선진국과 5~10년 정도 기술차가 존재한다.
이에 대응해 최근 우리나라에도 산·학·연·관이 탄소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움직임을 시작했다. 의미 있는 일이다.
지금이야말로 산·학·연·관 협력을 통해 탄소소재 제조 및 양산 기술을 확보해야 할 ‘골든타임’이다. 기존 산업기반에 융복합하는 방법으로 신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통해 내적으로는 산업 활성화, 외적으로는 국가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얼마전 한 우리나라 업체 광고에 ‘탄소섬유로 자동차를…’ 이라는 문구가 등장했다. 과장된 측면도 있지만, 미래 탄소 시대의 파급효과를 생각할 때 실현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
기술 발전으로 생산단가가 낮아지고 대량생산기술이 뒷받침되면, 현재 약 1500㎏ 가량의 4인승 세단이 1000㎏이하로 가벼워지면서도 더 안전해지고, 휘발유 1리터당 30㎞뿐 아니라 50㎞이상 달리는 국산차도 곧 실현될 수 있다. 다가올 탄소소재시대의 번영과 그로 인해 달라질 우리 삶의 변화상을 기대해본다.
이철위 한국화학연구원 C산업육성센터장 chulwee@kric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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