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경제 회복, 기업이 불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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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을 앞둔 지상 최대 전자가전쇼 CES. 이 행사의 VIP 기업은 올해 역시 ‘코리아’다. 우리 기업들은 매년 세계 최초 기술과 제품을 내놓으며 세계 전자산업의 트렌드를 주도한다. CES 주최 측은 물론이고 세계 각국 기업들도 이미 수년 전부터 이를 당연시해 왔다. 한국기업 없이는 행사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한국 기업을 놓치지 않기 위한 주최 측의 특별 우대도 이젠 너무 친숙하다. 우리 스스로는 잊고 있던 한국 기업의 위상을 재확인하게 되는 뜻깊은 자리다.

하지만 먼 이국땅의 이 같은 분위기와 달리 국내에서 기업하는 이들이 체감하는 온도는 새해 한파만큼이나 냉랭하다. 기업인으로서의 자부심보다는 자괴감이 앞선다. 국정감사장의 단골 초대 손님이 돼 버린 것도 기업인이 동네북이 된 것 같아 씁쓸하다. 물론 ‘땅콩 회항’에서 보듯이 스스로 초래한 측면도 적지 않다. 하지만 ‘전부가 전부는 아니다’는 말처럼 지극히 개인적이고 이례적인 사건 하나로 기업인 전체를 매도하는 분위기는 지양해야 한다.

바다를 건너 해외로 나가면 우리 국민 모두는 애국자가 된다. 그곳에서 맞닥뜨리는 우리 기업의 활약상은 그 자체가 코리아의 자부심으로 가슴에 꽂힌다. 한국 국가브랜드의 가치 상승은 기업이 이끌어왔다. 이런 코리아 프리미엄이 우리 경제 전반의 업그레이드를 주도해 온 것도 사실이다. 열심히 일하는 기업인들의 기를 죽여 우리 스스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자초하는 것은 우리 미래에 재를 끼얹는 꼴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새해 신년사에서 “지난해 어렵게 살려낸 경제회복의 불꽃을 크게 살려내고 창의와 혁신에 기반을 둔 경제로 체질을 바꿔가면서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여는 기반을 다지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경제회복의 불꽃’으로 표현한 것은 4년 만에 달성한 세계 평균을 웃도는 경제 성장률을 의미한다. 그 경제 회복의 불꽃을 살려낸 주체도 기업이고, 그 불을 키우기 위해 써야 할 땔감 또한 기업이다. 다행히 연초 좋은 움직임이 포착된다. 정치권·정부에서 고착화하는 경기 침체를 기업 육성을 통해 돌파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생기업이 늘어나고 기존 기업들이 풍파를 헤쳐 갈 수 있도록 규제 완화에도 힘쓰는 모습이다.

2015년 기업이 화두다. 기업에 거는 기대 또한 어느 때보다 크다. 하지만 항상 새해 그렇듯이 신년사 또는 구호에 그쳐서는 안 된다. 기업 육성은 새해 구호가 아니라 지속적인 추진이 담보돼야 불씨를 키워갈 수 있다. 정부도 이 같은 분위기에 맞춰 규제를 줄이고,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프로젝트를 늘려 미래 가능성을 높여 가야 한다. 화두로 떠오른 ‘기업 기 살리기’ 실현 없이는 경제 재도약도 없다. 올해야말로 눈앞의 ‘표’ 한 장에 급급해 복지 공약을 남발하는 정치권이 아닌,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미래 성장엔진 발굴을 위해 기업 육성에 과감히 투자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타이밍이다.

국민소득 4만달러 국가로의 도약은 땔감(기업) 없이는 불가능한 목표다. 따라서 새해에는 기업의 양적, 질적 성장을 유도할 범정부 차원의 육성 의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젠 과오를 부각시킬 것이 아니라 덮을 것은 덮고, 더 높은 미래를 향해 정진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