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몇 번으로 도난 당한 맥북 프로를 찾는 시대다. 손바닥만한 휴대폰도 위치 추적 한번이면 반경 수백미터 이내로 현위치를 좁힐 수 있는 때다. 그런데, 거대한 여객기는 못찾는다. 이게 말이 되나.”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신호에서 최근 일련의 비행기 실종 사건에 대한 근본적 화두를 던졌다. 21세기 첨단 ICT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이 가장 안전하고 완벽해야 할 항공산업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보수적 견지를 취한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항공 사고시 그 원인과 비행체 수색의 가장 근간이 되는 ‘블랙박스’는 1930년대 개발된 기술이다. 레이더 역시 비슷한 시기 민간항공업계에 도입된 후 지금껏 별다른 진보없이 항로 추적에 가장 근간이 되는 시스템으로 활용되고 있다.
세계 이동통신시장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하루가 다르게 변화·발전하고 있지만, 항공업계 만큼은 검증이 안됐다는 이유로 신기술 도입에 인색하다. 심지어 신규 기술이나 장비 도입을 법으로 금지하는 국가도 많다.
매년 연인원 30억 명이 국제 여객기를 이용하는 시대에, 지금과 같은 구식 시스템으로는 늘어나는 항공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얘기다.
물론, 최근들어 각 항공사들이 위성통신에 기반한 GPS 시스템을 기내에 갖추고 있지만, 비용 부담을 이유로 실제 사용율은 매우 낮다.
비행 내비게이션 시스템(ADS-B)과 비행교신 및 보고 시스템(ACARS) 등 차세대 항공전용 통신기술도 레이더와 블랙박스의 대체수단으로 각 민간항공사에 속속 도입되고 있다. 하지만, 해상에서의 교신이나 위성과의 송수신 등 안정적 통신 환경 구축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항공업계나 관계당국도 민간 이동통신 시장에서 충분히 검증된 기술에 대해서는 과감한 도입을 허용하는 등 근본적인 자세 전환이 필요하다는 게 타임의 설명이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