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립`이란 이름이 아까운 과학관

1000억원 이상의 국비를 지원받아 지방에 설립된 국립과학관의 돈벌이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국립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과학 대중화를 위해 힘써야 할 과학관이 설립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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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설립된 대구와 광주과학관은 초·중·고 학생들을 비롯해 일반인들의 과학 마인드를 제고하고 과학 대중화에 한몫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다양한 과학 관련 프로그램으로 지역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1년간 운영돼 온 두 곳의 과학관은 실망감만을 안겨줬다. 공익성을 앞세워야 할 국립과학관이 지나치게 수익성 프로그램에 치중해왔다는 데에 가장 큰 문제가 있다.

관람객들은 상설전시장과 주차요금, 특별기획전의 입장권을 따로 구매해야 한다. 여기에 각종 체험프로그램도 별도의 돈을 지불해야 관람이 가능하다. 관람객들의 불만을 살 수밖에 없다.

대구과학관은 고가의 특별기획전을 운영하고 특별기획전 대관료만 하루 80만원이 넘는다.

과학관 관람객들은 각종 유료 관람료에 부담을 느끼고, 과학관을 대관하는 업체에서는 과도한 대관료 때문에 비싼 관람료를 책정하는 악순환을 불러오고 있다.

게다가 음악과 미술 등 과학 대중화와 크게 관련 없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과학으로 포장해 돈벌이에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와 광주과학관이 이처럼 수익사업에 혈안이 된 것은 정부와 약속한 자체 수입을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 과학관은 지난해 운영예산의 23~24%에 달하는 금액을 자체 수익으로 메워야 했다. 하지만 실제로 수익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은 목표의 70%에도 못 미치고 있다.

과학대중화를 위한 프로그램들은 실제로 수익성과 거리가 멀다는 의미다. 결국 과학의 본질과는 동떨어진 프로그램을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는 이유다.

과학관은 과도한 수익사업에 대해 정부 지원이 부족해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과학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대한민국 과학 꿈나무들을 볼모로 돈벌이에 급급한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와 지자체는 지방에 설립된 후발 과학관이 과학 대중화라는 설립 취지에 걸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의 폭을 넓혀야 한다.


대구=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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