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하락으로 국내 석유제품 가격도 내림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소비자 가격 인하폭은 경유가 휘발유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 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은 경유가 유가 하락에 더욱 탄력적으로 움직여 경제성이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초부터 지난달 29일까지 전국 주유소 보통 휘발유, 경유 평균 판매가격은 최고점 대비 각각 15.3%, 17.35% 하락했다.
보통 휘발유 주유소 평균 판매가격은 지난해 1월 8일 리터당 1889.16원으로 가장 높았고 지난달 29일 1598.94원으로 최저가를 기록했다. 경유도 지난해 1월 6일 1707.80원에서 이 날 1411.46원까지 하락해 작년 들어 가장 낮은 가격을 형성했다.
같은 기간 국내 정유사가 석유대리점, 주유소에 공급한 석유제품 가격 인하폭은 반대로 휘발유가 더 컸다. 보통 휘발유와 경유의 공급가격은 세전 기준으로 각각 35.9%, 31.9% 내렸다. 제품 원가는 휘발유가 더 많이 내렸지만 소비자 가격 인하폭은 경유가 더 컸던 셈이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유류세 때문이다. 유류세는 교통·교육·주행·관세 등 정액세와 제품가를 반영해 산정하는 부가세 등이 포함돼 있다.
지난달 29일 기준 주유소 평균 판매가격 기준으로 휘발유와 경유에 부과되는 유류세는 리터당 각각 934.38원, 698.47원, 비중은 58.4%, 49.6%에 달한다. 기름값이 하락할수록 세금 비중이 큰 휘발유 가격 인하 요인은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작은 경유가 가격 인하에 훨씬 탄력적으로 대응하게 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휘발유 대비 경유의 경제성도 상대적으로 상승했다. 휘발유 가격을 100으로 놓고 봤을 때 경유 가격은 지난해 1월 초 90.4에서 10월 89.1, 최근 88.2까지 떨어진 상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제품 가격도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소비자 가격에서 세금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면서 “제품 가격이 꾸준히 떨어지는 상황이라면 세금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은 경유 가격 내림폭이 더 커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