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14년이 저물었다. 지난 한 해에도 다양한 일들로 온오프라인 지면이 채워졌다. 컨슈머저널 이버즈(ebuzz.co.kr) 편집부는 2014년을 정리해 보고자 논란의 중심에 섰던 사건을 위주로 10대 키워드를 뽑아봤다.
김태우·최낙균·황민교 이버즈 기자 news@ebuzz.co.kr
◇단통법
스마트폰 시대, 단말 시장은 보조금으로 점점 시궁창이 되어 갔다. 이동통신 3사는 걸핏하면 과도한 보조금을 투입해 제값 주고 산 소비자를 바보로 만들었다.
그런데 비정상적으로 흘러가던 단말 시장에 새로운 변수가 생긴다. 바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이른바 단통법이다.
1년 가까이 국회에 표류하던 단통법은 지난 4월 2일 겨우 통과되고 10월 1일 전격 시행된다. 그러나 보조금 차별을 없애겠다는 좋은 취지로 나온 단통법은 전국민을 ‘호갱(호구+고객)’으로 만들어 버린다. 차별을 없애는 것은 성공했는데 누구나 비싸게 스마트폰을 구입해야 하는 현실이 된 것이다.
높아진 가격 탓에 단말 시장은 시베리아보다 더한 냉각기가 도래하고 소비자뿐만 아니라 판매자인 대리점주까지 불만을 쏟아냈다. 반면에 이통사는 제2의 부흥기를 맞는다. 마케팅 비용은 줄고 1인당 매출은 증가한 탓이다. 현재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제7 홈쇼핑
운영 주체와 설립 명분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던 제7 홈쇼핑이 2015년 상반기 문을 연다. 제7 홈쇼핑은 출범 계획 발표 당시부터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섰다.
반대 쪽은 이미 기존에 중소기업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등장한 홈쇼핑사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새로운 홈쇼핑을 신설하기보다는 기존 홈쇼핑의 문제점을 고치는 게 순서라는 주장이다. 홈쇼핑 수가 지나치게 많아 시청권을 침해하는 부분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반면에 찬성 쪽에서는 홈쇼핑의 독과점 횡포를 해결하는 데 정부나 공공기관이 관리·감독하는 공영 TV홈쇼핑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더불어 홈쇼핑 수가 늘면 그만큼 진출할 수 있는 중소기업 수도 늘어 판로 개척에 도움을 준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해 12월 9일 구체적인 운영안을 담은 ‘정책방안 및 기본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아이폰6 플러스
애플이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를 내놨다. 그런데 출시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벤딩 게이트’에 휩싸였다. hanzoh라는 사용자가 IT 매체인 맥루머에 올린 글이 발단이다. 이 사용자는 18시간가량 아이폰6 플러스를 양복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녔는데 휘어졌다고 밝혔다.
그 이후 ‘언박스 테라피(Unbox Theraphy)’에서 아이폰6 플러스를 직접 구부리는 테스트를 진행해 유튜브에 올렸고 국내에서도 해당 영상이 급속도로 퍼졌다. 다만 동영상에서는 성인 남성이 강한 힘을 아이폰에 가하고 있다.
애플은 이에 대해 성명서를 내고 아이폰6 플러스의 휘어짐 현상은 극히 드문 사례라고 설명했다. 미국 컨슈머리포트는 이와 관련한 테스트 결과를 발표했다. 갤럭시 노트3, 아이폰5, G3, 아이폰6 플러스, 아이폰6, 원(M8) 순으로 단단했다. 테스트에는 강한 힘이 가해졌으며 기기 모두 정상 사용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컨슈머리포트의 분석이다.
◇삼성전자
매출 47조4500억원, 영업이익 4조600억원. 삼성전자의 2014년 3분기 실적이다. 숫자만 보면 상당하다. 하지만 결과로 보면 어닝쇼크라는 단어가 나올 수 있는 수치다. 그도 그럴 것이 전년 동기보다 매출은 19.7%, 영업이익은 60% 감소했기 때문이다. 2013년 3분기 영업이익은 10조1600억원이었다.
삼성전자의 실적은 1분기부터 꾸준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3분기에 이르러선 뚝 떨어졌다. 실적 감소의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건 역시 모바일이다. 모바일로 늘어난 이익이 고스란히 빠진 셈이다.
앞으로도 실적 회복은 쉽지 않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애플과 치열한 경쟁 중이며 중국 시장에 기반을 둔 샤오미, 화웨이, 레노버 등의 추격도 거세다. 저가 시장에서도 큰 힘을 쓰기 어려운 상황이다.
◇롯데홈쇼핑
그간 홈쇼핑 업계에서는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잘못된 관행과 비리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그 중에서도 올해를 떠들썩하게 만든 곳은 직원과 간부는 물론이고 대표까지 납품비리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롯데홈쇼핑’이다.
신헌 롯데홈쇼핑 대표는 회사 임직원과 공모해 회삿돈을 횡령하고 방송 편성과 횟수 등 편의를 봐준다는 명목으로 납품업체에서 뒷돈을 받은 혐의로 사회적 공분을 샀다. 문제가 된 사안은 주로 2008~2012년 이뤄진 것이다. 임직원이 각자 업무 위치에 따라 조직적으로 가담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사회적 파장은 더욱 컸다.
이에 지난해 11월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이정석 부장판사)는 구속기소된 신 전 대표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8800만원을 선고했다. 오는 5월에 있을 재승인 심사에 악영향을 끼치리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카카오톡
다음카카오의 사이버 검열 논란은 올해 최고의 논란이라고 꼽아도 손색없을 것 같다. 10월 검찰의 검열 이슈에 휘말린 다음카카오 사건은 카카오톡 이용자 사이에서 ‘사이버 망명’을 일으키며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이용자 프라이버시를 최우선하지 못한 다음카카오에 대한 실망감과 사이버 검열이 정치적 배경에서 출발한 점이 이슈를 증폭한 탓이다.
텔레그램을 새로운 국민 메신저로 만들 뻔했던 이 논란은 다음카카오가 팔이 빠지도록 외양간을 고치기 시작한 덕인지 조금씩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앞으로 감청 영장에 응하지 않겠다”는 이석우 대표의 강경 발언이 통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강경했던 이석우 대표는 12월 ‘카카오그룹’의 비공개 아동음란물을 방치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불려갔다. 검찰의 보복 수사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모뉴엘
올해 10월 금융권을 뒤흔든 모뉴엘 사태는 충격의 연속이다. 로봇청소기, PC, 가전제품 등에서 활약하던 업체는 법정관리 신청 하루 전만 해도 창업 10년 만에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우량기업이었다. 하지만 속살은 허위로 수출 실적을 부풀려 대출을 받아온 사기 기업이었다. 법원은 결국 12월 최종 파산을 선고한다.
문제는 후폭풍이다. 은행이 모뉴엘로부터 회수하지 못한 돈도 돈이지만, 모뉴엘 대출사기에 무역보험공사를 포함한 관련 기관이 연루된 것으로 밝혀지며 신뢰도 또한 떨어졌다. 또 중소기업은 낙인 효과로 은행으로부터 자금 마련이 막혔으며 모뉴엘 협력사들도 위기를 맞았다.
더불어 2007년 CES 기조연설에서 “한국의 모뉴엘을 주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는 빌 게이츠까지 순식간에 민망할 뻔했다. 이것마저 거짓으로 판명났지만 말이다.
◇세탁기
LG전자 임원의 삼성전자 ‘세탁기 고의 파손’ 논란으로 불거진 삼성전자-LG전자 두 기업의 갈등은 감정싸움을 넘어 소송전이 되는 모양새다. 9월 삼성전자가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IFA 2014’에서 조성진 LG전자 사장 등이 매장에 배치된 자사 세탁기를 파손했다고 주장하며 시작된 이 논란은 LG전자의 맞고소와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확대된 상황이다.
당시 양사는 해명자료로 몇 번 부딪힌 뒤 검찰 수사를 잠자코 기다리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LG전자가 12월 삼성전자를 맞고소했다고 밝히며 재점화됐다. LG전자는 삼성전자가 증거물로 제출한 세탁기가 이미 훼손된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으며 삼성전자는 이에 적반하장 격이라며 LG전자가 검찰 수사를 의도적으로 방해한다고 받아쳤다. 이 논란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천송이 코트
국내 인터넷 쇼핑몰의 험난한 결제 과정은 이용하면 할수록 쓰고 싶지 않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각종 보안 프로그램과 액티브X, 공인인증서까지…. 내 돈 쓰겠다는데 장벽이 한 둘이 아니다. 지난 수년 동안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꿈쩍도 안 하던 정부가 돌연 마음을 달리 먹었다.
그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이 ‘천송이 코트’를 살 수 없는 중국인 관광객 이야기를 하면서부터다. 이후 정부의 정책은 일사천리로 바뀌기 시작한다. 5월 온라인 결제에서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이 폐지되고, 7월 미래부가 액티브X 없는 공인인증서 보급 계획을 밝힌다. 9월에는 금융위가 원클릭 결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며 10월 공인인증서 사용을 강제했던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이른다. 정부의 행동이 이렇게 민첩해 보이기는 처음이다.
이런 변화에 힘입어 국내에서도 간편 결제라는 이름을 내건 서비스들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우버
공유경제는커녕 실정법을 훼손하는 불법 서비스일까. 아니면 혁신적인 신기술을 옛 규제 때문에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일까.
올해 우리나라에 상륙한 ‘우버(Uber)’ 서비스는 논란의 연속이었다. 가격은 비싸지만 ‘고품격’을 내세운 우버는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고 곧바로 택시 업계는 우버가 생존권을 위협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시위를 벌였다.
우버의 불법 논란에 검찰이 취한 행동은 우버 CEO와 국내 법인의 불구속 기소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위반하기 때문에 우버는 불법 영업이 맞다는 얘기다. 서울시는 아예 포상금도 내걸었다. 내년부터 우버의 차량 공유 서비스를 신고한 이용자는 최고 100만원의 상금을 받는다. 우버는 서비스를 계속하겠다는 견해기 때문에 ‘우파라치’의 탄생도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