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0일 저녁. 일본 오사카 중심가 우메다에서 아베 신조 총리의 유세 연설을 직접 들었다. 14일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그는 연신 ‘경제’를 강조했다. “엔고(민주당) 시절 국내 공장을 닫았던 도시바가 이제 엔저(자민당)의 힘으로 3000억엔을 투자해 공장을 만들고 고용에 나섰다”며 엔저가 원자재 수입 원가를 올려 내수를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야당의 주장을 일축했다.
“경제정책은 아베노믹스밖에 길이 없다”며 호소하는 그의 뒤에는 LG전자 4K 스마트TV 간판이 배경처럼 자리하고 있었다. 엔저의 직격탄 속에 전 제품을 한국에서 들여오면서도 TV와 청소기에서 선전하는 LG전자 일본사업과 아베 총리의 모습이 절묘하게 대비됐다. 일본 전자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부활을 위한 정부의 마지막 카드 ‘아베노믹스’ 속에서 고군분투한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만난 현지 업계 관계자들은 “아베노믹스가 한국 전자산업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가격 경쟁력만큼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카드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역이용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라는 점에서도 의견을 같이했다. 부품·소재 산업의 독보적 경쟁력, 법인세 인하 등 일본에서만 누릴 수 있는 기업 환경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TV를 꼽을 수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자사 TV에 일본 칩을 수입, 핵심부품으로 쓰는데 이미 일본 업계보다 기술·성능 우위를 점한 국산 TV에는 원가 경쟁력에 도움이 된다. 패널 제조사에도 기회다. 일본산 TV 상당수는 국산 패널을 쓰고 있는데 일본 TV 수요 증가에 따른 공급 확대를 노릴 수 있다.
법인세 인하는 오히려 일본 사업 확장을 통한 고급 두뇌 확보에 용이하다. 최근 요코하마에 연구개발(R&D) 센터 설립을 결정한 미국 애플도 이를 노렸다는 평가다.
우리는 일본 전자업계와 아베 신조 내각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삼성전자 일본법인 관계자는 “일본도 다른 국가와 같은 하나의 시장일 뿐”이라며 “아베노믹스도 잘 알고 이에 맞게 대응하면 된다”고 말했다. 당장의 변화에 대해 여러 경우의 수를 놓고 정확히 파악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서형석 전자자동차산업부 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