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베조스가 그리는 워싱턴포스트(WP)의 미래는 무엇일까. 그 첫 번째 청사진이 제시됐다. 추락하는 종이신문의 수익성을 극복하고자 WP는 자체 개발한 콘텐츠 관리 소프트웨어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기술회사로 진입하는 첫 발을 내디뎠다.
파이낸셜타임스는 WP가 미국 내 중소 언론사를 상대로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기술회사로 재도약한다고 3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제프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8월 WP를 2억5000만달러(2748억원)에 인수했다.
베조스는 WP를 경영하며 디지털 사업에서 수익을 내는데 집중했다. 미디어 소비 습관 변화로 종이 신문 산업이 침체됐기 때문이다. 신문사도 다양한 사업을 벌여 수익을 다각화해 안정적인 매출을 낼 구심점을 찾아야 한다는 평소 베조스의 철학이 반영됐다.
소프트웨어 공급자로서 신사업을 시작한 WP의 잠재적 고객군은 WP와 제휴해 콘텐츠를 제공 받는 신생 지역 신문사들이다.
현재 미국 콜롬비아, 예일, 메릴랜드 대학교 학보사에서 WP가 판매하는 소프트웨어를 시험 사용 중이다.
WP의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인 샤이리쉬 파라카쉬는 “파트너사들과 제휴해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것은 단지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 이상으로 기술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WP는 기술회사로 재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체질개선을 위한 WP의 노력은 베조스의 등장 이후 집중됐다. 지난 16개월간 베조스가 아마존에서 번 돈을 WP에 쏟아 부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베조스는 아마존 파이어 태블릿으로 아침 뉴스를 전달하는 시도뿐만 아니라 WP 블로그도 열었다.
올해엔 20명의 기술 인력을 추가 채용하고 디지털 사업 부문과 신문 사업 IT 기능 부문으로 부서를 나눠 조직에 지속적인 변화를 줬다.
시장조사업체 콤스코어에 따르면 1년 전보다 WP 홈페이지의 총 트래픽이 62% 증가했다는 계산도 나온다.
WP의 행보를 바라보는 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창간 100주년이 넘은 정통 정치 잡지 더뉴퍼블릭(The New Republic)에서는 페이스북 원년 멤버였던 크리스 휴즈 대표가 디지털에 특화된 사업 전략을 짜자, 이에 항의해 대부분의 직원이 집단 퇴사했다.
마틴 배런 편집자는 최근 WP에 합류해 베조스의 전략을 지지했다.
마틴 배런은 “베조스는 언론사가 직면한 문제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간파했다”며 “그 해결책을 기술에서 찾아야 한다는 점도 잘 집어내었다”고 평가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