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지지부진하던 알뜰폰 판매대행 사업을 접기로 했다. 1년여간 시범사업만 하다 결국 손을 떼기로 한 것이다.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가 커 창조경제의 모범사례로 손꼽히는 알뜰폰 확산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보인다. 새해 1월부터 알뜰폰 판매를 확대하기로 한 우체국과도 상반되는 행보다.
농협중앙회는 알뜰폰(MVNO) 판매대행 시범사업을 이달 말로 종료한다고 29일 밝혔다.
농협은 지난 2013년 12월 경기 고양과 성남, 수원 세 곳의 농산물유통센터에서 알뜰폰 시범판매를 시작했다. 올 2월에는 이를 전국 30여개 매장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실천에 옮겨지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기본적으로 판매량이 적어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점 이외에도 고민 없이 우체국 모델을 따라간 점을 실패의 핵심 원인으로 꼽았다. 농협과 우체국은 구조가 전혀 다른 조직이어서 동일한 판매방식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알뜰폰업체 한 사장은 “우체국은 중앙 집중 구조를 가진 반면에 농협은 단위농협 체제여서 전국 조직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조직이 아니다”라면서 “결국 중앙회 결정을 단위농협이 따르지 않으면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농협은 ‘알뜰폰 판매대행 사업을 추가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업계 반응은 회의적이다. 1년이나 질질 끈 사업이 해가 바뀐다고 달라질리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농협의 행보는 우체국과 크게 비교된다. 우정사업본부는 새해 1월부터 알뜰폰 판매대행 사업자 수를 기존 6개에서 10개로 늘리기로 지난 10월 결정했다. 이 업체들은 모두 중소기업이어서 전국 판매망 확보에 큰 도움이 된 것으로 평가됐다.
우체국 알뜰폰은 이동통신 3사와 비교해 가입자 1인당 평균 49%의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가 있는 것으로 공식 집계됐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창조경제의 모범사례”라면서 “알뜰폰업체의 대부분이 중소기업이라는 점에서 농협과 같은 전국적 유통망을 갖춘 조직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