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동해바다를 박차고 새 해가 떠올랐다. 일출의 강렬한 빛은 을미년 대한민국의 아침을 비추기 시작했다. 매해 돌아오는 1월 1일이지만, 양띠해를 맞는 한국인들의 마음가짐과 자세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너무 힘든 2014년을 보냈기 때문이다. 이제는 현대사의 한 장면이지만, 슬픔과 눈물의 연속이었다.
이제는 ‘희망’을 얘기하자. 서로 서로 어깨와 머리를 맞대고 내일을 맞이하자. 하루 하루 웃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가야할 을미년 첫날 아침이다.
‘다시 시작하기’가 ‘첫 시작’과 다른 것은 같은 시작점에 또 서기 위한 실패를 경험했는 지 여부다. 본지는 그래서 2015년 1월 1일을 ‘다시 시작하는 날’로 정의하고자 한다. 사람과 기술, 자본과 기업이 대한민국에 헤어짐의 ‘안녕’을 건네는 동안 놓치고 잃어버린 새 희망을 찾아 나서자는 의미다. 이별의 ‘안녕’이 아니라, 5000만 모두가 ‘굿 모닝(안녕)! 대한민국’을 외치는 한 해가 돼야 한다.
새 희망이 일궈낼 제2의 ‘한강의 기적’은 이미 우리 안에 있다. 잠자고 있는 잠재력을 깨운다면 충분히 대한민국호를 힘차게 끌고 갈 수 있다.
첫번째 한강의 기적이 산업역군들의 땀방울로 이뤄졌다면 앞으로 만들어갈 두번째 기적은 기존 방정식을 버리고 다시 틀 위에서 창조해야 한다. 20세기 성공의 방식에서 탈피해 21세기형 새로운 성공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사고의 틀은 물론 기업과 국민 모두 산업과 일상을 대하는 패러다임의 변화와 혁신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물론 국내외 현실은 녹록지 않다.
대형 수출 기업의 실적은 지난해에 이어 크게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 제조 공급망 전반에는 경고등이 깜빡이고 있다. 뒷걸음질 친 수출부터 내수 시장까지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을 처음부터 재점검해야 하는 이유다. 시장과 기업, 기술 전반의 재도약이 절실함 셈이다. 대한민국을 이끌어온 가전·소프트웨어(SW)·정보통신기술(ICT)·콘텐츠·소재부품·유통 산업의 모든 영역에서도 큰 틀의 구조개혁이 절실하다.
우리 경제가 처한 현실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 한 마디로 ‘시계제로’ 상황이다.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은 3.8%이지만, 기업들이 체감하는 새해 경제성장률 전망은 3.5%대 미만이다.
하지만 희망은 있고, 그 희망을 찾아야 한다. 4%대 경제성장률 달성 목표를 슬로건으로 내건 당초 정부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수출과 내수 모두 지난해에 비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미국 경기가 개선되면서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도 다소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달러화의 강세가 지속되면서 수출기업의 수익성 개선도 점쳐진다. 지난해 크게 움츠러들었던 민간 소비도 올해는 성장세가 그려진다.
원유값 인하와 생산성 향상에 힘입은 미국은 제조업 르네상스를 시도하고 한국은 노동력·원가 중심에서 탈피해야 한다. 이를 통해 신성장 동력을 발굴해야 한다.
차이나 리스크는 우리나라가 극복해야 할 현실적 과제다. 중국의 거센 추격을 받는 가전·하드웨어 산업은 ‘프리미엄’ 깃발을 세워 세계 시장에 다시 맹공을 가해야 한다. 노동집약적 제조업 단계를 벗어난 SW·콘텐츠 산업은 올해가 그간 다져온 기술력을 세계 무대에서 펼치는 원년이다.
구조개혁과 규제완화가 강조된 업종 위주로 큰 변동이 예측되지만, 민간 부문에서도 ‘희망가’를 불러야 한다. 단기·변동금리부 가계대출을 장기·고정금리부 대출로 전환하는 은행업, 사모펀드 규제가 완화되는 증권업, 리츠·민간주택임대 시장이 활성화되는 건설업, 저가항공 특혜가 확대되는 항공업에서도 획기적 체질개선이 기대된다. 대체부품 사용시 보험료가 감면되는 자동차부품업, 초중고 교과서 가격상한제가 도입되는 교육업, 핀테크 활성화 및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이 이뤄질 인터넷 업계, 유가 등 원가하락 효과가 반영될 전기·가스 업계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민간소비가 지난해 일시적, 구조적 요인으로 크게 위축됐으나 2015년에는 기저효과와 경제활성화 정책의 효과, 낮은 금리수준 등으로 증가율이 다소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