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개발된 기술 확산 정부·지자체 노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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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경쟁력 강화를 위해 1조원을 제조혁신 네트워크 (NNMI) 구축에 투자하는 것을 의회에 제안했다.

이 프로그램 일환으로 오하이오주 영즈타운에 첫번째 네트워크 허브가 구축됐다. 시카고에도 일리노이공대, 노스웨스턴대, 미시건대 등을 비롯한 산학연이 참여하는 제조혁신 허브가 탄생했다.

하지만,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에서 제조업 관련 연구와 강의를 하는 타일란 알탄 교수는 미국이 NNMI를 효율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독일의 유명 교수들을 초빙하려 애쓰고 있으나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은 대학 교수들이 66개에 달하는 프라운호퍼연구소나 80개의 막스플랑크연구소 등의 책임자를 겸하고 있어, 산업체와 긴밀한 관계를 이루고 있는데다 우수한 연구진 및 연구비 조달이 그다지 어렵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반면 미국은 NNMI의 연구비가 끊어진 다음에 지속가능한 연구비를 조달 받기가 어려운 구조로 돼 있다. 이는 디트로이트 자동차 산업의 퇴조와 같이 미국 제조업 기반이 약해졌기 때문에 연구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는 지난 반세기 동안 제조업을 바탕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 그러나 최근 변화하고 있는 세계 경제〃사회〃문화 환경의 소용돌이 속에서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일궈낼 방안을 찾아야 한다. 금융 및 SW중심의 경제 대국인 미국도 제조업 부흥을 위해 ‘NNMI’ 전략 수립 등 제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고 있다. 전통적 제조업 강국인 독일과 일본도 ‘인더스트리4.0’, ‘전략적 이노베이션 창조프로그램’ 등 R&D 기반의 제조업 혁신 전략을 꾀하고 있다.

최근 세계 제조업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과 개도국의 추격 등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 여건은 제조업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어, 이에 대한 적극적인 전략과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

우리가 만들어야 할 제2 한강의 기적은 경쟁력을 가진 제조업을 바탕으로 전문영역의 스펙트럼을 좁혀 깊이 있는 연구 체계를 갖추고, 이를 단절 없이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것에서 부터 시작해야 한다. 미래에 대비한 기술 분야에 정책과 연구비를 투자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전통 학문이나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인력 육성이 이뤄지도록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연구개발 체계는 개발된 기술이 시장으로 끊임없이 흘러 들어가서 연구개발(설계), 제조, 마케팅에 이르는 선순환체계를 이루도록 변환돼야 한다. 시장에서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자는 연구기획 단계부터 산·학·연이 협력·융합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시장의 수요가 창출될 수 있는 연구 테마를 찾아내는데 진력해야 한다.

연구개발 혁신을 통해 개발된 첨단기술에 대해서는 정부와 지자체가 먼저 수용하고 확산하는 수요의 촉진자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안타까운 대표적인 예가, 최근 대전광역시 도시철도2호선 건설방식이 고가방식의 자기부상열차로 확정됐다가 석연찮은 이유로 노면전차로 변경된 사례다. 정부와 지자체가 기관 연구 성과를 수용해 해외시장을 열어줄 수 있는 좋은 사례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다.

기술과 시장 사이에 존재하는 ‘죽음의 계곡(Valley of Death)’을 뛰어 넘을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지원해야 과학기술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

임용택 한국기계연구원장 ytim@kimm.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