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3無 살아나야 벤처 생태계 산다

대기업, 제조사, 수출 중심으로 성장해온 우리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엔저가 장기화되고 가계부채가 늘어나면서 우리 경제는 앞서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수십년 간의 장기 불황 사태를 맞이해야 할 수 있는 기로에 섰다. 시장경제와 고용을 동시에 확대할 유일한 답은 시장의 ‘허리’인 중소·중견기업을 튼튼히 하고 벤처창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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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올해 초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며 벤처창업 활성화에만 4조원의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의지를 가다듬고 있다. 하지만 지난 10년 간 악화된 국내 벤처 생태계를 살리려면 창업자 연대보증, 클라우드펀딩 법안, 기업가 정신 교육 3개 요소에 대한 해법이 보이지 않으면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창업자 연대보증

현재의 연대보증 제도는 모든 기업가를 잠재적인 신용 불량자를 양산하는 법안이라는 점이 가장 문제다. 이렇다보니 우수한 인재들이 창업을 회피하고 이는 기업가 정신이 소멸되는 부작용을 낳는다. 성장 잠재력이 내려가고 결국 이공계 기피현상이라는 해묵은 문제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올해 초 해당 제도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혀있지만 아직 피부에 와닿을 만큼 정책으로 완성되지는 못한 상황이다.

기보와 신보의 구상권회수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기준 약 60조원의 연대보증 대출이 있었지만 회수비율은 0.5%인 약 3000억원에 불과했다. 기존의 연대보증 제도에서 ‘성실한 실패’는 재도전 기회를 주고 ‘모럴 해저드’의 경우 징벌을 강화하는 분리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클라우드펀딩 법안

클라우드 펀딩 법안 통과의 경우 이번 국회에서 불발로 끝나며 연내 처리를 기다리는 업계의 바람도 무산됐다.

클라우드펀딩은 불특정 다수의 소액투자자금을 인터넷이나 중개업자를 통해 모으는 자금조달 방식으로 은행이나 대형 금융사 등 제도권 금융을 통해 자금조달이 어려운 스타트업 자금조달 창구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6월 신동우 새누리당 의원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으로 대표 발의했지만 1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정무위 법안소위에 계류돼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창업가가 자금 걱정없이 연구개발(R&D)에만 매진할 수 있고 엔젤 투자자들의 멘토링을 통해 혁신 스타트업 다수 배출을 앞당길 수 있는 선진 환경이 조성된다. 정부나 공공기관이 아닌 시장 전문가들의 눈으로 평가한 스타트업에 투자가 이뤄지기 때문에 투자 성과는 물론이고 이를 통한 창업 확대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기업가 정신 교육

‘기업가 정신’이 제대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는 점도 벤처 생태계에 악영향을 주는 주요 원인이다.

이민화 KAIST 교수는 “기업가 정신은 간단히 혁신의 리더십, 나아가 가치 창출과 분배의 선순환 리더십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며 “사회적 기업가 정신은 사회적 혁신의 리더십, 나아가 사회적 가치 창출과 분배의 선순환 리더십”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세계기업가정신지수(GEDI)에 따르면 한국의 기업가 정신 순위는 118개국 중 37위에 머물렀다. GEDI를 6개 구간으로 나눴을 때 한국은 중국, 말레이시아, 멕시코 등과 함께 중하위권에 속하는 4구간에 위치한다. 기업가 정신이 가장 높은 1구간에는 미국, 스웨덴, 호주 등의 국가가 속해 있고, 2구간에는 독일, 대만, 캐나다 등이, 3구간에는 오만, 사우디, 칠레 등의 국가가 속해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가 정신은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원천이며, 제도와 성장의 고리를 연결하는 중요한 요소”라며 “국내에서는 기업가 정신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국가적 관심이 떨어지는 편인데 이는 기업가 정신을 개인의 기질과 역량의 문제로 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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