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각계 전문가 "가계통신비 국가간 비교는 무리"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이 12일 개최한 ‘OECD 가계통신비 산정의 문제점 해결을 위한 정책간담회’에 참석한 정부와 학계, 통신 및 제조업계,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가계통신비 통계 문제점에 공감하면서 다양한 대책을 내놨다. 현재의 기준으로는 국가 간 가계통신비 통계를 직접 비교하는 데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절대 다수였다.

변정욱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통신정책연구실장은 “가계통신비가 높으면 무조건 악, 낮으면 선이라는 인식이 펴져있지만 국가 간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면서 “예를 들어 요금이 낮아져 통신이용량이 많아진 덕분에 가계통신비가 많이 나왔다면 이것을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변 실장은 “국가 간 가계통신비 순위를 단편적으로 비교하기보다는 장기적 추이를 관찰해 국내 상황이 개선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김성철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코리아인덱스 위원)는 통신 이용 패턴이 국가마다 다른 상황을 과연 통계가 담아낼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김 교수는 “미국이나 캐나다처럼 인구밀도가 낮은 나라는 대부분의 시간을 직장이나 가정에서 보내기 때문에 유선통신 비중이 매우 높지만 우리나라는 대면활동이 많아 이동통신 비중이 높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이동통신 사용량을 직접 비교하기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통신사들은 데이터 통화 폭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에 와이파이망을 제공하고 있지만 이것을 활용하는 것은 유료데이터 사용량에 잡히지 않는 등 통계의 맹점이 많다”고 했다. 실제 데이터 이용량은 통계에 잡히는 것보다 훨씬 많다는 의미다.

신종원 서울YMCA 실장(코리아인덱스 위원)은 지금의 모호한 가계통신비 개념에 근본적 물음을 던졌다. 신 실장은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하면서 무선전화는 물론이고 유선전화, 인터넷, 오락 및 문화교양 기능이 스마트폰 하나로 통합되고 있다”면서 “가계통신비 범위와 개념을 설정하는 것이 만만치 않은 작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계통신비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논의가 달라질 것”이라며 이 같은 작업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상미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산업진흥본부장은 “스마트폰 보급률이 월등히 높고 교체주기가 짧은 우리나라는 단말기 가격 통계가 높게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그나마 국제적 통계가 출고가 기준인지 할부원금 기준인지 정확하지 않을 때가 많다”고 진단했다. 최 본부장은 “단말기 가격이 높아 가계통신비가 높다는 것은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면서 “지속적인 통계 개선작업을 통해 정확도를 높여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규환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조사연구실장 역시 “이 같은 문제점이 향후 국내외 통계 작성에 반영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진단 및 문제제기에 대해 류제명 미래창조과학부 통신이용제도과장은 “미래부와 통계청, 한국은행 등 통계 작성 기관 간 자료검증 등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면서 “스마트폰 기능을 고려한 가계통신비 개념 재정립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OECD가 통계 비교 가능성을 높이는 작업을 하도록 국제회의에서 제안하기로 했다.

권은희 의원은 “우리나라는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이기 때문에 OECD에서도 이런 통계 문제에 대해 선도할 필요가 있다”면서 “1960년대에 만들어진 통계기준을 현 시대에 맞게 고칠 것을 적극 제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우리가 직접 이런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제안한다면 좋을 것”이라며 “OECD와 상시 교류가 가능한 조직을 만들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