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가 궁금하다. 아니, 불안하다.”
국민기업 ‘소니’를 바라보는 일본인들의 대체적인 시선이다. 전후 부활의 아이콘이자, 재건 일본의 상징이던 소니다. 그런 소니를 이렇게 바라만 볼 순 없다는 분위기인데, 그렇다고 딱히 해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만신소우이’(滿身創痍)
최근 일본 언론이 소니의 현상황을 설명할 때 가장 많이 쓰는 표현인 만신소우이는 우리말로 ‘만신창이’란 뜻이다. 지난 2분기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10년 연속 적자가 불가피해 보이는 TV사업 외, 간신히 핵심 사업으로 떠오르던 스마트폰 등 ‘모바일 사업’마저 올해 2000억 엔 규모의 적자가 예상, 결국 이 사업부 인원 1000명의 감축이 예고된 상태다. 최근엔 소니픽쳐스의 해킹사태까지 겹쳐 우환이 끊이질 않는다.
지난 1958년 도쿄 증시 상장 이래 첫 무배당 선언에도 불구, 소니는 일본내 8개 전자 대기업 가운데 영업손익과 최종손익 모두 올해 적자가 전망되는 유일한 업체다.
이런 상황에서 배수의 진을 친다는 심정으로 소니는 지난달 18일과 25일 이틀에 걸쳐 도쿄 본사에서 사업 설명회를 긴급 개최했다. 전사업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가진 것은 창업 이후 처음였다.
◇“디바이스로 활로 모색”
현재 소니가 그나마 가장 믿는 구석은 ‘이미지 센서’와 ‘배터리’다. 스마트폰을 비롯, 웨어러블 단말과 자동차 등에 확대 적용이 기대되는 효자 품목들이다. 지난 4년간 이미지 센서에만 약 2900억 엔을 투자한 소니는 내년부터 월 7만5000장(300㎜ 웨이퍼 기준)의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 추가 증산 계획도 검토중이다.
TV나 스마트폰 등 소매시장용이 아닌, 기업고객(B2B) 사업을 재기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것은 히타치나 파나소닉, 도시바 등과 같은 해법이다. 성공 공식을 따라가겠단 얘기다.
또 다른 청신호는 만년 천덕꾸러기 TV사업이 조금씩 회생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10년 적자 끝에, 올들어 지난 4월 이후 2개 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소니는 내년부터 출시하는 대다수 자사 TV에 안드로이드를 탑재, 스마트TV화를 꾀한다. 또 2017년까지 취급 품목수를 30% 축소, 개발 비용을 줄여 대당 수익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TV부문 자회사인 소니 비주얼 프로덕츠의 이마무라 마사시 사장은 “시장 점유율 확대나 매출 증가가 목표가 아니다. 당장은 안정적 수익 기반을 다지는 게 더 시급하다”며 “올해 흑자 전환을 통해 성장 교두보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사장 용퇴설 확산
일부 희망적인 관측에도 불구, 히라이 가즈오 소니 사장에 대한 용퇴설이 현지 언론 사이에서 끊이질 않는다.
지난달 사업설명회장에서 거취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히라이 사장은 “내 역할은 올해까지 구조조정을 마무리, 향후 그룹의 나아갈 방향을 내놓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 그의 발언은 성장 전략 로드맵의 ‘제시’에만 초점을 맞췄지, 어디에서도 ‘실행’을 언급하진 않았다. 히라이 사장 스스로 이미 용퇴를 생각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지난 2012년 4월 취임한 히라이 사장의 후임으로는, 줄곧 그와 구조개혁 작업을 같이 한 요시다 겐이치로 현 전무이사(EVP) 겸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히라이 사장은 최근 일본 이코노미스트지와의 인터뷰에서 “소니의 중장기 경영 목표 수치를 비롯해, 사업 포트폴리오, 경영자원 배분 계획 등을 이달중 발표할 것”이라며 “여기에는 스마트폰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소니의 부문별 전망(단위: 엔)>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