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 타결로 생활가전 대부분이 관세 철폐 대상에 포함됐지만 해외 생산체제를 갖춘 대기업보다는 중소 가전업체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전망이다. 기업 규모에 따른 맞춤형 FTA 활용 지원정책을 강화하고 중소기업 스스로도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이 요구된다.
11일 김학도 산업통상자원부 FTA정책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한·베 FTA 브리핑에서 “기술력을 갖춘 우리 중소기업 품목을 다수 개방해 동남아 시장 진출 확대를 꾀했다”며 “중소기업에 다양하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주안점을 두었다”고 밝혔다.
일반 소비자 제품 중에서는 생활가전 품목 상당수의 관세가 5~10년 사이에 단계적으로 철폐될 예정이다. 믹서·VCR 등이 5년 내, 커피탕기·보온밥통 등은 7년 내 관세철폐 목록에 들어갔다. 전기밥솥·냉장고·에어컨·전자레인지·식기세척기·컬러TV·토스터 등은 10년 철폐 품목으로 정리됐다.
베트남이 인구 9000만을 지닌 신흥 시장으로 떠오르는 상황이어서 이들 가전제품의 무관세화는 국내 기업에 희소식이다. 우리 가전제품의 대 베트남 수출시 관세율은 20~30%에 이른다. 점진적으로나마 관세가 낮아지거나 철폐되면 가격 경쟁력 확보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다만 삼성전자가 최근 베트남에 대형 가전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하는 등 대기업은 이미 상당수 품목의 해외 생산체제를 갖췄거나 추가하는 중이다.
따라서 향후 FTA 활용 지원정책의 초점을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 맞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리홈쿠첸·쿠쿠전자·휴롬 등 중소 가전기업은 일단 한·베 FTA 타결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들 업체는 FTA 체결에 따른 관세 혜택으로 베트남 내 소비자 접근성이 높아지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했다.
지금 당장 관세가 없어지는 것은 아닌 만큼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관세 철폐 기간이 10년으로 규정된 제품도 많아 그 사이 치열한 시장 경쟁을 견뎌내야 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FTA 활용 지원정책을 기업 규모별로 차별화하고, 중소기업이 실질적인 수혜를 입을 수 있는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 자체적으로도 베트남 시장 확대에 맞춰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서동혁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흥 시장일수록 소비자가 브랜드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우리 중소기업의 기술력은 안정된 만큼 현지에서 고유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