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를 가로막는 원인은 꼼꼼한 관리방식에 있다?

휴대폰 제조업체 K사의 김 사장은 요즘 머리가 아프다. 내년 신제품 출시를 위해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성과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이러다 출시 일정을 못 맞출 것 같아 R&D팀 박 이사를 불렀다. 그런데 박 이사 말로는 직원들이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있고, 본인도 세세히 지시하면서 팀원들을 잘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성과를 매일 같이 챙기니 팀원들이 농땡이 피울 여지는 없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성과는 나지 않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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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워크스마트의 정의, 그리고 창의력을 극대화하도록 도와주는 ‘공간 혁신’ ‘업무 혁신’ ‘지식 공유’ 방법을 알아봤다. 이번엔 워크스마트의 다섯 가지 방법 중 네 번째로 결과(Result) 중심의 성과관리를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알아보자.

과거 산업화시대에는 직원들이 이른바 ‘땡땡이’를 못 치게 하면 성과를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지식사회에서는 다르다. 직원들의 창의성 하나로 경쟁력이 결정되는 시대기에 직원을 꼼꼼히 관리한다고 해서 높은 생산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 대형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의 사례로 그 해법을 알아보자. 베스트바이 경영진은 전혀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 근무시간과 장소 등 업무과정에 초점을 맞춘 관리방식에서 벗어나, 얼마나 많은 성과를 냈는지를 평가하는 ‘결과 중심’의 성과관리방식 로우(ROWE:Result Only Work Environment) 제도를 도입한 것.

그 결과 저부가가치 업무는 줄고 근무패턴과 근로여건이 훨씬 좋아졌다. 일과 생활의 불균형에서 오는 갈등이 해소됐으며 기업문화도 가족친화적으로 바뀌었다. 이런 변화로 조직 몰입도는 높아졌고, 성과도 올라갔다. 로우제도 성공 이후 미국의 많은 기업이 이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로우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선 반드시 세 가지 점을 유의해야 한다. 첫째, 직원들에게 자율성을 충분히 주는 것이다. 베스트바이가 만든 로우 행동지침을 보면 ‘모든 직원들은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일할 자유가 있다’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다’는 파격적 내용이 담겨 있다. 자율성 확보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샘솟게 한다. 정해진 기한에 성과만 낼 수 있다면 그 과정에 대해선 간섭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두 번째 필요한 것은 업무 목표다. 자율성과 함께 도전 가능한 업무 목표를 제시해야 하는 것이다. ‘몰입’의 대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몰입이란 일하면서 좀 더 잘하고자 하는 열정이 있을 때 발생한다”고 말한다. 이 열정은 바로 자신에게 도전 가능한 업무 목표가 주어질 때 발생한다. 베스트바이는 직원 개개인에게 적합한 업무 목표를 제시하고, 달성을 독려함으로써 업무 몰입도를 높였다. 그 결과, 아무리 자유로운 분위기에서도 생산성 향상을 이뤄냈다.

마지막으로, 조직원 간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기존의 근무 방식에 익숙한 직원들은 결과 중심의 성과관리 방식 로우제도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실제로 베스트바이 직원들 역시 자리에 오래 앉아 있지 못하는 직원을 자주 비방하곤 했다고 한다. 여기에는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을 중시하는 기존 성과관리에 공감하는 인식이 깔려 있다. 베스트바이는 이 같은 인식을 없애고 조직원 간 공감대 형성을 위해 별도의 워크숍을 진행했다.

그 결과로 나온 것이 베스트바이의 13가지 로우 행동지침이다. ‘직원들은 자신, 고객, 회사의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누가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일했는지 이야기하지 않는다’ 등으로 이뤄진 이 지침은 직원들에게 정확한 행동 방향을 알려주는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직원들 간 공감대 형성에도 큰 도움을 줬다.

직원을 하나하나 꼼꼼히 관리하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창의적 성과를 내기 어려운 시대다. 베스트바이가 성공적으로 도입한 ‘결과 중심’의 성과관리방식인 로우제도를 고려해 보라. 단, 사전에 반드시 세 가지를 기억하자. 첫째, 자율성을 충분히 줄 것, 둘째, 도전 가능한 업무를 주고 독려할 것, 마지막으로 기존 근무방식에 익숙한 직원들의 인식을 전환하는 데 힘을 기울일 것. 21세기형 스마트한 성과관리 제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공동기획:전자신문·IGM창조비즈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