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이었죠.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전라북도 지역을 방문했는데요. 이날 ‘전북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이 열린 전주를 찾은 박 대통령은 “탄소산업을 정부 차원에서 신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하겠다”고 말했습니다.
Q: 탄소산업이란 무엇이고,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요?
A: 탄소가 산업이라고요? 탄소는 나쁜 것인줄만 알았는데, 이게 산업이 된다니 좀 의아하죠.
플라스틱 같은 거 태우면 왜 까만 재 같은 게 나오잖아요. 이런 걸로 탄화, 즉 탄소화된 섬유를 만들면 그게 바로 탄소섬유입니다. 근데 이게 물질적 특성이 아주 좋아요. 아빠가 골프를 친다면 그 채를 잘 보세요. ‘그라파이트’ 채라고 쓰여 있으면, 그 채는 바로 탄소소재로 만든 것입니다. 아빠의 낚싯대도 ‘카본’이라는 탄소소재로 만든 것이 있을 거예요. 탄소는 매연만 유발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겠죠.
탄소섬유는 강철보다 5배 가벼우면서 강도는 10배 이상 더 강합니다. 그래서 우주선이나 항공기, 자동차, 선박의 경량화 소재로 많이 쓰이고요. 전기도 잘 통해서 기존 전도체인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도율이 높아요. 반도체 업계에선 기존 실리콘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하는, 한마디로 꿈의 신소재입니다. 박 대통령도 이날 효성 측으로부터 이 탄소소재로 만든 핸드백을 선물로 건네받자 “가볍고 좋아서, 들고 다니면서 홍보해야 겠다”고 말했습니다.
모든 제조업의 기본 소재로 쓰이는 철강을 산업의 쌀이라고 부르는데요. 철강보다 가볍지만 강도는 훨씬 강한 탄소소재가 ‘미래산업의 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탄소산업은 자동차, 조선을 넘어서 앞으로는 IT, 로봇분야까지 크게 응용분야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Q: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어떤 식으로 탄소산업을 육성한다는 것이죠?
A:정부는 이번 전북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을 계기로 효성그룹과 1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해 탄소섬유 공장을 증설합니다. 오는 2020년까지 연간 1만4000톤의 탐소섬유를 생산해내겠다는 얘긴데요. 이 정도면 세계 3위권의 탄소섬유 기술 대국을 꿈꿀 수 있는 수준입니다.
효성 전주공장 인근에는 ‘탄소특화창업보육센터’도 내년 7월 완공됩니다. 탄소섬유를 아이디어로 한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게 이 센터의 주 임무인데요. 20개 유망 벤처를 선정한 다음, 자금을 대주고 경영 노하우도 전수해주면서 효성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판로 개척도 제공합니다.
이를 위해 효성그룹과 전북도는 4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키로 했습니다. 정부도 전북 지역에 기존 제품보다 500kg 가벼운 버스CNG, 즉 압축천연가스 탱크와 선박용 전선 공동개발 등의 시범사업을 추진 중인데요. 이를 통해 2020년까지 이 지역에서 약 2만명의 신규 고용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Q:우리나라의 탄소산업 경쟁력과 전망은 어떤가요?
A:현재 세계 탄소섬유 시장은 20억달러 규모로 비교적 작지만, 매년 두 자릿수로 성장하고 있는 초유망 분야임은 확실합니다. 탄소산업의 기초 체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게 ‘그래핀’이라는 나노 소재인데요. 이 분야의 국가별 특허 출원 동향을 보면,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중국, 일본, 유럽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습니다. 일부 특정 분야에서는 우리나라가 세계 1위의 출원국가이기도 하고요.
Q:탄소산업에서 세계 1등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A:특허만 보면 세계 점유율이 30%를 웃도는데, 문제는 이게 실험실 밖으로 나오질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대규모 양산 체제를 갖춘 상용화 단계까지 치고 나오질 못하고 있단 거죠. 효성이 혼자 고군분투하고는 있지만, 일본 도레이나 미국 SGL 같은 선도업체가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정부도 지난 3년간 총 1600억원의 국고를 지원했지만 결과는 그리 시원치 않습니다.
특히 이렇게 우리가 주춤하는 사이에 중국의 학문적·기술적 추격 속도가 만만치 않은데요. 그래서 이번 전주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을 계기로 이제는 여러 분야보다 양산 가능성이 높은 한 두 분야에 지원을 집중시켜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선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지적입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