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규제개혁 숨고르기 해야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일자리 창출과 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규제를 한꺼번에 ‘단두대’에 올려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혁명기 공포정치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단두대’라는 섬뜩한 용어까지 쓴 것은 그만큼 경제활성화를 위해 규제개혁이 시급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규제를 집행하는 부처가 규제의 정당성과 존재의 타당성을 입증해야 하고 제대로 입증하지 못한 규제는 원칙적으로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발언 후 관계 부처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당장 경제 관련 규제 1만여개 가운데 10%에 해당하는 1000여개를 연내에 한꺼번에 도려내기로 했다. 그리고 그 실적을 이달 중 열릴 것으로 보이는 3차 규제개혁장관 회의에서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단두대식 정량적 규제철폐에 우려감이 높다. 현실적으로 이를 맞추기 위해서는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국무회의에서 의결·공포됐거나 국회법 개정절차를 밟고 있는 규제감축 건수는 11월 현재 500여건에 불과하다. 연내 목표치인 1000여건의 절반이다.

500여건의 규제를 한꺼번에 검토 처리하기에 한 달은 너무 짧은 시간이다. 심지어 단두대로 보낼 규제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충분한 검토 없이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한다면 규제혁파는 언제나 숫자놀음에 그칠 뿐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꼭 필요한 규제가 단두대에 오르는 것이다.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는 필요한 규제다. 그러나 충분한 검토 없이 무리하게 속도전을 하다보면 이같은 규제가 순식간에 단두대에 오를 수 있다. 따라서 단기과제와 중장기과제로 규제를 선별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정부 부처의 규제를 위한 규제는 단기간에 신속하게 처리하되 중장기적으로 검토가 필요한 규제는 선별하고 로드맵과 시간표를 다시 짜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숨가쁘게 채찍질 중인 규제철폐 추진에 숨고르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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